국가안보실장 본보 인터뷰
“李-트럼프 정상회담서 필요성 제기
주한미군 태세 조정, 안보유지 전제 수용
北-中-러 포맷 형성 아직 예상 일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사진)이 31일 “미국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측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여지를 갖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가급적 일본과 유사한 권한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 수준으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권한을 가질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유능한 원전 협력 파트너로서 진출한다면 미국이 우리에게 (우라늄 농축 등) 자체적인 역량을 발휘할 공간을 주기가 쉬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반면 일본은 사용후 핵연료는 물론이고 미국의 동의 없이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위 실장은 주한미군의 역할·규모 재조정 등 ‘동맹 현대화’에 대해 “우리도 현대화의 기본 개념은 동의한다”며 “하지만 한반도 안보가 악화돼선 안 된다. 그 안에서 미국도 태세(posture)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그걸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한미연합 방위태세가 약화되거나, 중국 등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오는 등 한반도 주변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미국과 주한미군의 조정과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남북 관계 변화의 모멘텀이 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또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에는 “북-중 관계라는 프레임 속에 있는 것이고 중국 자체 행사를 계기로 정상급 교류를 하는 것”이라며 “북-중-러라는 (회담) 포맷이 형성된다면 새로운 일이겠지만 아직은 (예상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로 “친중·친북·반일·좌편향 등의 편견들이 개선됐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차원의 인적 연대를 가진 것은 앞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월요 초대석]“한미-한일 정상회담으로 친중-좌편향-친북-반일 편견 개선”
한미 정상회담 조율 이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한미군 태세 조정 있을수도… 韓주변 긴장 격화 안돼 일본과 유사한 권한 갖도록 원자력 협정 문제 논의 김정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 적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측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여지를 갖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일정한 ‘바이어스(bias·편견)’가 미국, 일본 쪽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친중, 좌편향, 친북, 반일 등 편견들이 있었는데 (대선을 거쳐) 희석됐다가 이번에 개선되지 않았을까 기대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개성이 강한 지도자와 정상 차원의 인적 연대를 갖게 된 것이 가장 값어치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88일이 지난 가운데 한미동맹은 트럼프발(發) 관세와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미국통’으로 꼽히는 위 실장을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해 한미 관계의 방향타를 잡게 했다. 위 실장은 관세협상의 극적인 타결에 이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관세와 안보라는 두 개의 큰 도전이 있었다”면서도 “정상회담은 성공했다”고 단언했다. 위 실장은 여러 정권을 거쳐 숙원과제로 꼽히던 한미 원자력협정 문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밝히며 “가급적 일본과 유사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우라늄 농축) 권한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에 대해선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른 주한 미군의 태세(posture)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어떻게 조정이 되더라도 한미 연합 전력이 약화되는 방향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흐름을 거스를 수 없지만 우리 안보와 한반도 주변 정세를 위태롭지 않게 하는 범위 내에서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정상회담에서 얻은 성과는….
“두 정상 간 개인적인 유대 관계가 생긴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개성이 강한 지도자와 정상 차원의 인적 연대를 갖는 것이 가장 값어치가 있다.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친중-친북-반일’ 등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에 (방일-방미 계기로) 개선하는 임팩트가 있었을 것이다.”
―야당에선 합의문이 없다는 점을 들어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관세와 안보 등 두 개의 큰 도전이 있었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성공했다. 정상회담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회담처럼 흘러갔느냐. 그렇지 않았다. 합의문과 관련해 우리는 포괄적으로 큰 틀에서 하자는 주장이었고 미국은 상세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미국 요구를) 따르려면 법적 검토나 국회 협의 등 해야 할 게 많다. 정상회담 이후 미결된 부분을 계속 협의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상 차원에서는 수치나 목표치는 없다. 실무 차원에서 이야기가 된 부분은 있다. 대체로 (나토 등) 참고할 선행지표들이 있다. 우리 사정에 맞게 조정할 것이다. (미국과) 큰 간극은 없다. 안보 분야는 대체로 의견 접근이 많다.”
―동맹 현대화도 정상회담 의제였다.
“미국이 생각하는 동맹 현대화가 있다. 우리도 현대화의 기본 개념은 동의한다. 다만 우리의 이해관계에 맞게 조정해서 추진하려는 것이다. 북핵 역량 강화, 미중 경쟁 심화, 북-러 관계 등 주변 정세에 변화가 많다. 주변 여건에 맞게 동맹이 거기에 맞게 조정(adjust)돼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거다.”
―미국에선 주한미군 역할·규모 조정 요구도 나온다.
“(주한미군이) 어떻게 조정이 되더라도 연합 전력이 약화되는 방향이 아니어야 한다. 또 우리 주변 정세가 대립적으로 변해 우리 안보 부담을 더 크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서 미국도 태세 조정을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을 운용하기에 따라서 한반도 주변 긴장이 격화되고 우리의 안보가 저해될 수 있다면 그것은 피해야 한다. 동시에 주한미군의 운용을 지나치게 제약하면 한미 연합 방위 체제와 동맹 공조가 이완될 수 있다. 그 안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주한미군 태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인가.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통수권자다. 미국 대통령이 정하기 나름이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 아무렇게나 정해도 되느냐, (주한미군이) 한국 내에 있기 때문에 한국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 미국의 주권하에 있는 군대가 한국의 주권적 권역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한국의 주권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두 주권이 마주치기 때문에 타협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요구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 중인가.
“아직 구체적인 조정이 있지는 않다. 원론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과거 한국에서는 그것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2006년 (한미 합의로) 인정이 됐다. (전략적 유연성 수준이) 어느 정도냐 하는 문제만 남은 것이다.”
―원자력 협정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나.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는 취지가 그런 의미다. 한국이 유능한 원전 협력 파트너로서 공동으로 협력한다면 (미국이) 우리에게 (우라늄 농축 등) 자체적인 역량을 발휘할 공간을 주기가 쉬울 것이다. (우라늄) 농축·재처리 측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여지를 갖는다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 가급적 일본과 유사한 권한을 갖고자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남북미 대화 가능성은….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를 시도해 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관심을 표시했다. 어느 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김정은이 APEC 정상회의에 오게 될 가능성은 작다.”
―중국 전승절이 남북 관계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가.
“냉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 북한과 우리 사이에는 접점이 거의 없다. (대남) 단절이 심하고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기운이 강하다. 그런 기대를 갖기가 쉽지 않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전승절 참석을)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 무대에 나오는 것이라고 보기엔 근거가 충분치 않다. 이것은 중국의 행사다. 만약 북-중-러 포맷이 형성되면 새롭겠지만 지금은 좀 이르다.”
―이 대통령은 ‘동결-축소-폐기’ 비핵화 3단계 구상을 밝혔다.
“동결(freeze)이라는 말보다 중단(stop)을 선호한다. 동결이라는 단어에 미국 내 선입견이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시킨다는 표현이 동결보다 낫다. 중단시키면 그 사이에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아직 거기까지 세부적으로 논의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니다.”
―비핵화 목표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모두 비핵화로 가는 하나의 프로세스다. ‘중단’한 뒤 계속 이어서 (핵능력을) 줄여 없앤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비핵화 논의는 파천황(破天荒)의 아이디어가 있는 게 아니다. 이미 과거에 다 제시된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겠다고 했다.
“실용외교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북한은 대외적 단절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단절의 정도를 보면 대남 단절이 대미 단절보다 상대적으로 더 심하다. 우리가 남북 관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훨씬 작다. 북한의 핵 문제를 중단시키고 되돌려야 하지 않겠냐는 문제의식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은 입지에 있는 쪽, 먼저 움직이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다.”
―과거 ‘한반도 운전자론’과의 차이는….
“한반도 운전자론은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메이커’는 한반도에서 비핵, 평화를 진전시키는 일이 시급한 상황에서 누가 주도하느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진전이 생기면 선순환의 에너지를 활용해 우리도 이 과정에 참여하고 나중엔 다자 포맷이 될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더 이상 어렵다’고 밝혔는데….
“지금 새롭게 변화한 우리 주변 여건을 말한 것이다. 다만 중국은 역사적·지리적으로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시한다. 미국 동맹국 중 중국 전승절에 국회의장급 인사를 파견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한중 관계에 대한 중시가 반영된 것이다. 한중 관계는 한미동맹과 같을 수 없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당연히 생각을 해야 될 것이다. 새로운 관세 정책 등이 대두돼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서도 그런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복안은….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마음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고맙다는 인식을 갖는 게 선순환이다. 우리가 ‘왜 사과 안 하느냐’고 하고 일본이 ‘더 이상 사과 못 하겠다’고 하면 이건 선순환이 아니다. 바람직한 사이클로 가는 게 과거 문제를 풀어가는 데 쉽지 않겠냐는 것이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재명 정부는 법치주의에 따라 적법한 조사를 하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인권·법의 지배 가치에 부합한다. 한국의 새 정부는 동맹의 가치를 방어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준비가 잘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문제 제기를 입력시킨 세력이 있고 이런 문제가 재발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알아보고 대처를 해나가려고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71)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합격 후 36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외교부 북미국장 겸 6자 회담 차석 대표,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 대사 등을 지내 ‘미국통’이자 북핵 전문가로 꼽힌다. 2022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실용외교위원장을 맡았고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올해 대선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총괄한 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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