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09.0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부가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기존 정부안을 철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정부 세제 개편안 발표로 여권에서 우려가 제기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현행 유지로 다시 가닥을 잡은 것이다.
● 김용범 “자본시장 영향 크다는 것 정부도 인식”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야당 대표와의 오찬에서 ‘정부의 최종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했다”며 “최종 결정은 근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견 수렴 중이고 11일 대통령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답변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종목당 보유액)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에 주식 양도세 기준을 강화하는 정부안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김 실장은 “(주식 양도세 기준을) 발표하고 나서 공교롭게도 하루 이틀 내에 주식시장이 조정되면서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올라왔다”며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 그런 부분도 정부가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정이 재검토에 들어갔고, 정부도 현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에선 이미 지난달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주식 양도세 기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만큼 정부가 빨리 결론을 내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7일 고위 당정에서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음에도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다른 현안으로 미뤄진 만큼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지도부가 공유하고 있다는 것. 코스피가 국정 지지율과도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현행 유지 쪽으로 논란을 조기 수습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전날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양도세 완화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말한 것은 맞다”며 “이번 주 안에 결론이 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코스피 5,000 시대’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코스피가 상승세였다가 양도세 강화 논란 이후 정체 국면인 상황”이라며 “당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정부가 빠른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를 주도한 정부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중 결론을 내리겠다”면서 “정책이라는 게 정부가 결정한 것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해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과 50억 원 사이에서 절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기재부는 일단 정부안인 ‘10억 원’과 현상 유지안인 ‘50억 원’ 두 방안을 두고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종부세 합산·양도세 감면 고려 상황 아냐”
김 실장은 이날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선 “현 단계에서 종부세 합산이나 양도세 감면 등을 고려해야 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지난번 (6·27) 수요 대책과 이번의 (9·7) 공급 대책이면 부동산 세제를 고민할 상황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배당소득 분리 과세 세율 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배당 세제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며 “정부 세법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논의될 때 충분히 논의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국회에는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선 “13개 분기 연속 소매 판매 감소, 4개 분기 연속 0%대 성장 등 성장 엔진이 꺼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단기적으로 재정이 확장적인 역할을 해 추락을 막아야 하는 국면”이라며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 확장 재정 기조의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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