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년전 “핵잠 건조” 선언 뒤 올해 3월 선체 공개… 韓, 제작 능력 이미 갖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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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핵추진잠수함 승인”]
남북 ‘핵잠 건조 레이스’ 본격화
러, 北에 원자로 기술 제공 정황 없어
日도 도입 나서… “반핵 여론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핵잠) 확보를 공식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서 남북 간 ‘핵잠 건조 레이스’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출범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내각도 중국 견제를 위해 핵잠 건조를 추진하면서 동북아 3국의 핵잠 건조 경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북한은 2021년 초 8차 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핵심 5대 과업’으로 핵잠 건조를 제시했다. 핵동력으로 움직이고, 핵미사일까지 장착한 ‘북한판 전략핵잠수함(SSBN)’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라고 밝혔고, 4년 뒤인 올해 3월 김 위원장이 핵잠 건조 현장을 시찰하면서 선체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선체를 건조 중인 북한이 가장 앞선 모양새지만 핵잠의 ‘심장부’인 소형원자로 등 핵심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에 파병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러시아가 핵잠 기술을 북한에 제공한 정황은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된 바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이 건조 중인 핵잠 선체도 한미를 기만하기 위한 블러핑(bluffing·허세)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당국자는 “핵잠용 소형원자로는 핵심 중의 핵심 전략기술”이라며 “러시아가 이를 북한에 건넬 개연성이 낮고, 북한이 독자 기술로 핵잠을 건조하는 것도 요원하다”고 전망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반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선체 제작 능력과 소형원자로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기술적으로 북한보다 먼저 핵잠을 건조하기에 충분한 역량으로 평가된다. 다만 원자력협정 개정 등 미국의 지원 속도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확보에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이 후속 협의에 소극적이거나 비확산 기조를 내세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경우 진척이 더뎌질 수 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핵잠 건조) 결정이 난다면 10여 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건조 완료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핵잠 건조에 필요한 기술적 토대를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을 제작 운용 중이고, 선박용 원자로의 운용 경험 등 소형원자로 기술도 상당 부분 축적한 상태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 해군대령)은 “기술력 면에선 일본의 핵잠 건조 역량이 가장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세계 유일의 피폭국가로 반핵 여론과 비핵정책의 장벽을 넘어 핵잠 건조를 강행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레이스#동북아 안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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