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대통령실 국감]
배치기까지 나온 대통령실 국감
시작부터 與 “尹측근 주진우 빠져라”… 朱 “김현지 입틀막” 59분만에 정회
몸싸움 놓고도 서로 “내가 피해자”… 朱-강훈식, 언성 높이며 설전도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서로 몸을 부딪치며 충돌하고 있다. 이날 열린 대통령실 국정감사는 여야가 초반부터 강하게 충돌하면서 시작 1시간 만에 파행됐다. 뉴시스
“갑자기 이기헌 의원이 육중한 몸집으로 다가왔다. 불행하게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에서 폭력 행위가 발생했다.”(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송 원내대표가) 몸을 던지다시피 했다. 저에게 폭력배라고 얘기하던데 폭력을 먼저 행사하고 몸을 던진 건 송 원내대표다.”(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
송 원내대표와 이 의원은 6일 오전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초유의 ‘배치기 몸싸움’을 벌였다. 두 사람은 각각 상대가 몸싸움을 먼저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돌렸다. 올해 국감이 ‘역대 최악의 저질 국감’이라는 비판을 받은 가운데 마지막 날에는 급기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뒤 상임위원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진 건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충돌’ 이후 처음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조요토미 희대요시’ 합성 사진과 여야의 막말 논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딸 결혼식 논란, 저질 유튜브 쇼츠 범람 등 각종 오점만 남긴 올해 국감이 결국 끝까지 막장 정쟁으로 치달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배치기 몸싸움’ 벌인 與野
이날 여야는 국감 시작부터 충돌했다. 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법률비서관을 지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두고 “이해 충돌 소지가 크다”고 포문을 열었다. 채 의원은 “오늘 국감 대상은 이재명 대통령실의 5개월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실의 국정농단과 12·3 내란에 대한 진상 규명도 있다”며 “주 의원이 앉아 있을 곳은 피감기관 증인석”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퇴장해야겠네”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주 의원은 “김현지 대통령제1부속실장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니까 민주당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입틀막’(입을 틀어 막다)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도 민주당 운영위원으로 들어와 있다. 어디에다 이해 충돌 얘기를 하느냐”고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삿대질과 함께 고성을 질렀고,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시작 59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송 원내대표가 “국감 무력화시키려고 작전 세우는 거냐”며 회의장 문을 나서려다 뒤돌아섰고, “국감을 방해하는 건 국민의힘”이라고 말하며 뒤따르던 이 의원과 ‘배치기’로 부딪쳤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물러서지 않으며 얼굴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송 원내대표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대낮에 테러와 유사한 폭력 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대단히 깊은 유감”이라며 “국감을 무산시키려는 민주당과 대통령실 간의 소통의 결과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은 제가 육중한 몸으로 폭력을 썼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송 원내대표의 배치기 피해자는 바로 저”라며 “저에게 죄가 있다면 배가 나온 죄밖에 없다”고 맞받았다.
● ‘야지’, ‘협박’ 거칠게 충돌하며 파행 반복
오후 국감에서도 파행이 반복됐다. 주 의원은 김 실장이 이 대통령 측근 재판의 위증 교사 피의자를 국정기획위원회와 친명(친이재명계) 의원 보좌진으로 기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답변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제가 피의자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주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자 강 실장은 “그런다고 의원님과 김건희 여사, 채 해병 사건의 관계가 덮어지지 않는다”고 역공을 폈다. 이에 주 의원은 “왜 협박하느냐”고 했고 강 실장은 “그건 윤석열 정부에서나 하던 것”이라고 맞받으면서 언성을 높여 설전을 벌였다.
이후 주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페이스북에 오전 회의 정회와 관련해 ‘김현지가 김 원내대표보다 권력 서열이 위’라고 글을 쓴 것을 두고 김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며 여야는 또다시 충돌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실장이 권력자니까, 내가 거기에 꼼짝을 못 한다고 야지(조롱하다는 의미의 일본어)를 놓은 것”이라며 “위원장이 위원들한테 이런 대우를 받아 가면서까지 이 위원회를 해야 하느냐”며 정회를 선포했다가 90분가량 뒤 국감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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