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노쇠예방TF’ 가동
“내년부터 전국 노인 건강관리 시행”
단백질 섭취 교육-근력 유지 운동에
낙상 막는 주거 개선 사업도 검토
‘노화는 막을 수 없어도 노쇠는 예방하자.’
노화(Aging)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인 반면 노쇠(Frailty)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체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고 건강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뜻한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어도 노쇠는 예방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의 시계가 빨라지자 정부는 ‘노쇠 노인’ 예방을 우선순위에 두고 관련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노쇠 예방’ 위해 단백질 섭취―근력 유지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말 노쇠 예방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질병청 관계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노쇠 노인’ 예방에 나선다”며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노쇠 예방을 위한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쇠 예방 정책은 영양 섭취, 근력 유지, 낙상 방지 등에 무게를 두고 추진된다. 나이가 들수록 미각과 후각이 둔해지며 식욕이 저하된다.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한편 치아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엔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제한이 생기므로 적절한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근육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질병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중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이는 약 40%에 달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전국 보건소를 통해 노인들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관리하고 건강 상태에 따른 적절한 단백질 섭취량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 대상으로 단백질 보충제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고 근력이 약해지면 활동량이 줄고 다시 근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을 통해 노인 등 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하고는 있다. 하지만 금연, 비만 예방, 치매 관리 등의 분야에서 지자체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라 노인 건강이 적극적으로 관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질병청은 노인 대상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집에서 가까운 보건소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노인들의 낙상을 막는 주거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낙상은 노인의 장기 입원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체력 손실과 사망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사고다. 보건 당국은 낙상 방지를 위한 노인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도 검토 중이다.
질병청은 ‘노쇠 노인’의 비율도 파악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와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노쇠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항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 “해외에선 20년 전부터 노쇠 개념에 주목”
보건 당국이 노쇠 예방에 주목하는 건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급속한 고령화에 서둘러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 증가 자체는 피할 수 없지만 아프고 병든 ‘노쇠 노인’이 아닌 건강한 노인이 최대한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노쇠가 시작됐더라도 악화를 막아야 가족의 부양 부담을 줄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의료 및 돌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는 20년 전부터 노화와 노쇠의 개념을 구분해 노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국내에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해 2000년부터 ‘21세기 건강 일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노쇠 예방을 위한 정책적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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