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제도 개선 따라 필요 의사 수 천차만별”…추계 의견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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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한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5.03.10. [서울=뉴시스]

“고령화, 의사 노동 시간 감소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의사가 더 필요하다.”(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제대로 된 의사 근무 일수,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하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지역별 미래 의사 수 격차는 증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홍윤철 서울대 의대 인간시스템의학과 교수)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미래 필요 의사 수 추계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의사 수급 논의를 위해선 증원 규모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 의료 이용 증가와 필요 의사 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 발표회’를 열고 공모한 세 팀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의사 부족은 맞지만, 정교한 정책 접근 필요”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기존 정원(3058명)을 유지하면 2030년 9063명, 2040년 2만1345명, 2050년에 2만8664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의사의 연간 진료 일수를 265일로 가정한 경우다.

이는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삼은 ‘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 주장과 유사한 수치다.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의대 증원, 주치의제 도입과 같은 의료 수요 변화 등을 고려해 필요 의사 수를 추산했다. 우선 2026년부터 의대 정원을 올해처럼 매년 약 1500명 늘리면 2040년 1만463명, 2050년엔 5612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치의 제도가 시행돼 의원 이용량이 기존의 80%로 줄어들면 2030년엔 의사 공급이 3156명 과잉이고, 2040년은 4266명, 2050년엔 9911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의료기관 종류별도 의사 부족 수준에 차이가 컸다. 2040년 기준 상급종합병원은 7711명, 종합병원은 9905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의원은 9088명, 보건소는 1356명이 과잉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주치의 제도 도입,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의사 부족 문제 해결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의사 증원 논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037년까진 의사 과잉, 의료제도 개혁이 먼저”

서울의대 연구팀은 의대 증원과 의료시스템 개혁 없이도 2037년까지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문의 취득까지 의사 배출 기간을 10년으로 가정하더라도 2026학년도까진 의대 증원이 필요하지 않고, 과학적 추계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27학년도부터 증원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연구팀은 의료 발전 및 생산성이 매년 0.5%씩 증가한다고 가정한 뒤, 증원 규모를 0명부터 250명, 500명, 750명, 1000명으로 나눠 예측했다. 의사 근무 일수는 265일로 산정했다.

우선 기존 정원을 유지하고, 의료시스템 개혁이 없을 경우에도 2035년엔 의사 1357명이 초과 공급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2037년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뒤, 2050년엔 1만6241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의료시스템 개혁 없이 정원만 1000명 늘릴 경우엔 2035년 의사 5419명이 초과 공급되고, 2050년엔 3232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000명 증원을 5년간 유지하고, 이후 매년 3%씩 정원을 줄인다고 가정했을 때다.

특히 15년간 250명씩 증원하고 매년 3%씩 정원을 줄였을 때, 2070년까지 의사 공급과 의료 이용 수요가 가장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진은 노인 주치의 제도가 도입 등 의료시스템이 개선되면 소규모 증원이나 현 정원 유지 시에도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의대 정원 확대가 긴급한 과제가 아님을 시사한다”며 “국민이 의료 이용 과정에서 느끼는 불만도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의사 근무 일수 제대로 반영하면 의사 과잉”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 근무 일수를 ‘연 289.5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의사 근무일수를 265일로 실제보다 적게 추산해 미래 의사 부족 규모를 과도하게 추산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정원(3058명)을 유지할 경우 2025년 926명, 2031년 2724명, 2035년 3161명이 필요 의사 수보다 초과 공급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늘어난 모집인원 약 1500명 등 5년 동안 2000명씩 증원될 경우엔 2031년 4052명 과잉, 2035년 1만1481명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사 근무 일수를 정부나 다른 연구팀처럼 265일로 추산하면 기존 정원(3058명) 유지 시엔 2035년 9691명이 부족하고, 증원할 경우 137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노동 시간이라는 변수만으로도 최대 1만명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의사 수의 절대적 부족보다는 의사 인력의 지역별, 전문과목별 불균형 문제가 크다”며 “의사 수 증가보단 이같은 편중 현상을 완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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