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뒤 요양보호사 73%가 60세 이상… 노인이 노인 돌보는 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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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된 ‘돌봄 부담’]
장기요양 수요 2.4배 이상 느는데
요양보호사 줄어 구인난 악화 우려
정부, 외국인력-돌봄로봇 도입 검토

2043년에는 요양보호사 10명 중 7명이 60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됐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老老) 케어’가 일반화되는 것으로 돌봄 인력난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보건복지부가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팀에 맡긴 ‘인구변화의 주요 부문별 전망과 대응방향 연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2023년 71만 명에서 2034년 80만6000명으로 증가하다가 이듬해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요양보호사 상당수가 50, 60대 여성으로 해당 연령대 여성 인구가 2034년경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체 요양보호사에서 60세 이상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60세 이상 비중은 2023년 63.1%에서 2043년 72.6%로 9.5%포인트 증가한다. 60세 미만 요양보호사 고용률은 최근 8년간 1.5% 수준이었으나 같은 기간 60∼79세 요양보호사 고용률은 2.89%에 달했다.

고령 요양보호사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제 노동량은 5∼10% 적게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무 특성상 육체 노동 비중이 높은데, 고령화는 근로시간 감소와 부상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2023년 요양보호사 1인당 1.5∼1.9명을 돌본다”며 “요양보호사 고령화에 따른 노동량 감소와 향후 돌봄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하면 요양보호사는 2035년 49만8000명, 2040년 77만 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는 2043년까지 2.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75세 이상인 초고령자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2030∼2038년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장기요양보험 5등급 중 돌봄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한 1, 2등급 위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비스 수요 증가와 함께 요양보호사 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현장에서는 이미 요양보호사 구인난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방문요양센터장은 “요양보호사가 부족해 이미 거동이 불가능해 업무 강도가 높은 와상 노인을 기피하는 사례도 나온다”며 ‘와상 노인을 배정하면 퇴사하겠다고 할 때도 있다. 요양보호사 채용이 쉽지 않아 어떻게든 기존 인력을 붙잡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돌봄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 요양보호사 활용, 돌봄로봇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에서 간호 기능을 강화하고 고령자 건강 관리를 통해 ‘노쇠(Frailty)’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쇠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체·생리·인지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뜻한다. 젊을 때에 비해 신체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노화(Aging)’와 달리 노쇠는 운동, 필수 영양소 섭취 등으로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연구팀은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개인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건강 관리를 통해 돌봄 수요 증가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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