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4만원… 3년새 33% 늘어
민간보험 가입률-보험료도 증가세
인건비 상승-비급여 진료 급증 영향
“의료쇼핑 막을 제도적 방안 필요”
경기 김포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55)는 지난해 의료비로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치아도 부실해지면서 3개월에 한 번 정도 병의원을 방문하고 있다. 김 씨는 “실손보험이 있어서 의료비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병원 진료비와 약값을 모두 합치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의료비가 10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3년간 연평균 10%가량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505가구(1만1881명)를 대상으로 분석한 ‘2022년 한국의료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계 부담 의료비는 가구당 297만1911원, 개인 부담 의료비는 1인당 103만5411원으로 집계됐다.
가구당 가계 부담 의료비는 2019년 208만 원에서 42.6% 증가했고 1인당 의료비는 2019년 약 78만 원에서 33.2% 증가했다. 가계·개인 부담 의료비는 본인부담금,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비용을 더한 공식 의료비와 질병 예방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의료기기 구입 등에 지출한 비용인 비공식 의료비, 교통비 간병비 등 비(非)의료 비용을 모두 합한 수치다.
공식 의료비는 가계 부담 의료비의 75.2%를 차지하며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연평균 10.5% 증가했다.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 등의 구입에 쓴 비용도 연평균 10%가량 증가했다. 반면 간병비는 같은 기간 연평균 10.3% 줄었다. 해당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입원이 어려워지면서 전체 간병비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비 부담이 늘면서 민간의료보험 가입률과 월 보험료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민간의료보험 가구 가입률은 82.6%로 2019년(78.5%) 대비 4.1%포인트 늘었다. 가구당 평균 4.9개의 보험상품에 가입했고 월평균 29만80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의료비 억제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의료비 증가 원인은 인건비 상승 등 의료비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성 질환과 만성질환 환자가 늘어 추가 의료비 부담이 증가했다.
조사에 따르면 만성질환 유병률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 유병률은 2019년 15.2%에서 2022년 17.8%로, 관절질환 유병률은 같은 기간 9%에서 13.4%로 증가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초음파 시술 등에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고가 의료 서비스 이용량이 늘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손보험 등을 이용해 과도하게 비급여 진료를 받는 의료 과소비가 늘면서 의료비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의료비 증가 추세를 억제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별다른 정책적 개입이 없는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3년에는 전체 의료비가 560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의료 쇼핑 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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