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날씨 같아요”…광주·전남 찜통 더위에 우기성 폭우 기승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7월 20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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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마른 장마 뒤 물 폭탄…‘우기’ 닮을 꼴
이른 폭염 늦더위 기승…아열대 기후 뚜렷
무더위 길고 추위 짧아…“겨울 사라질 수도”

17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복개상가 인근 태평교 밑으로 흐르는 광주천 강물이 범람 수위까지 도달하고 있다. 이날 태평교는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2025.07.17.뉴시스
17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복개상가 인근 태평교 밑으로 흐르는 광주천 강물이 범람 수위까지 도달하고 있다. 이날 태평교는 범람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2025.07.17.뉴시스
광주·전남 지역에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지는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여름철 장마도 과거와 달리 동남아 우기를 닮아가고 무더위도 길어지면서 점점 아열대 기후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다.

20일 광주지방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 사흘간 광주·전남에 최대 6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광양 백운산이 60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구례 성삼재 516.5㎜, 나주 508.5㎜, 화순 백아 494.5㎜, 구례 486.5㎜, 신안 자은도 477.5㎜, 무안 해제 457.5㎜ 등 순이다.

특히 광주에는 17일 하루 사이 426.4㎜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1939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일강수량을 기록했다.

당시 20~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지만 이보다 5배가 넘는 비가 내렸다. 예상치 못한 시간당 최대 76.2㎜의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앞서 광주·전남의 올 장마는 지난 6월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12일간 이어져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짧았다. 장마철 총 강수량도 55.7㎜에 불과, 비가 내린 날도 4.6일로 모두 역대 두 번째로 적었다.

또 지난달 광주·전남 평균 기온은 22.9도로 평년보다 1.4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22.7도)을 넘어 또 다시 기록을 경신, 역대급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런 추세는 최근 10년간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광주기상청의 ‘광주·전남 폭염·열대야’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광주·전남 폭염 일수는 12.7일, 열대야는 18.4일로 각각 평년보다 5.3일, 7.0일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폭염(33.1일)과 열대야 일수(37.8일)가 역대 가장 많았는데, 과거 7~8월에나 볼 수 있던 폭염과 열대야가 최근 5월부터 9월까지 나타나고 있다. 점점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현상을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차차 동남아 같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예측하기 힘든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연중 8개월 이상일 때 아열대 기후로 보고 있다. 전남에서는 여수와 완도, 진도, 목포, 흑산도 등이 이미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매년 올라 해수면 온도 역시 상승, 바닷물 증발로 수증기가 많아졌다. 이 수증기가 기류를 타고 광주와 전남으로 다가오면 언제, 어디서든 강한 비를 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보면 온실가스를 현재와 비슷하게 배출하는 경우(SSP5-8.5) 광주는 올해 31.2일인 폭염일수가 5년 뒤인 2030년에는 43.3일로 증가, 2050년에는 65.5일로 급증한다. 열대야는 현재 23.6일에서 5년 뒤 36.2일, 2025년 52일까지 늘어난다.

현재 1년 중 여름은 128일에서 21세기 중반기(2041~2060년)에는 153일로 늘고, 겨울은 83일에서 48일로 줄어든다. 후반기(2081~2100년)에는 연중 절반이 넘는(52.05%) 190일이 여름, 겨울은 0일로 ‘삼계절’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기온을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강수량은 변동성이 크지만 지금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기온은 계속 오르고 극한기후 현상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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