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정답 찾는 기계 아닌 ‘질문하는 인재’ 키운다

  • 동아일보

코멘트
빅데이터 산업트렌드 컨퍼런스 서울대 제공
빅데이터 산업트렌드 컨퍼런스 서울대 제공
●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P3BL과 ELP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제시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의 등장은 교육 현장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AI에게 물어보면 다 알려주는데, 공부는 왜 해야 하죠?”라는 학생들의 질문 앞에서 교육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며, AI가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정보와 학생들의 맹목적인 의존이라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이하 사업단)이 혁신적인 AI 기반 교육 방법론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가 주관하고 경기과학기술대, 경상국립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전북대, 한동대가 참여하는 이 컨소시엄은 AI를 단순한 ‘정답 검색기’가 아닌, 학습자의 ‘사고력 파트너’로 활용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P3BL 교육 방법론’과 이를 구현하는 ‘진화가능 학습 플랫폼(ELP)’이 있다.

● 문제 찾고, AI와 협력해 해결하는 ‘P3BL’

사업단이 제시하는 해법의 핵심은 P3BL(Problem, Project, and Prompt-based Learning)이라는 새로운 교수학습 모델이다. 이는 기존의 문제 기반 학습(PBL)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프롬프트(Prompt) 기반 학습을 결합한 개념이다.

P3BL 모델에서 학생들은 주어진 정답을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실세계의 문제(Problem)를 스스로 발굴하고 정의한다. 이후 동료들과 팀을 이루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Project)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수행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은 거대 언어 모델(LLM)을 비롯한 생성형 AI에게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프롬프트(Prom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AI를 보조 도구이자 협업 파트너로 삼는다.

사업단장 김홍기 교수는 “P3BL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고 조절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AI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능동적으로 활용해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학습자 중심의 개인화된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학습자와 함께 진화하는 AI 튜터, ‘ELP’ 플랫폼

P3BL이라는 교육철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기반이 바로 ELP(Evolvable Learning Platform)다. ELP는 AI 기반 튜터링 시스템, 데이터 플랫폼(Dataverse), 과목별 벡터 DB 등 다양한 기능을 LLM과 유기적으로 연결한 개인화 학습환경이다.

ELP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 그대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학생들이 시스템을 사용하며 생성하는 실제 학습 데이터와 상호작용 기록을 바탕으로 AI 튜터를 지속해서 재학습(Fine-tuning)시킨다. 즉, 사용하면 할수록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 이력, 필요에 맞춰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지원을 제공하는 AI 학습 파트너로 성장하는 것이다.

또한, ELP는 여러 전문 분야로 특화된 다중 에이전트(Multi-Agent) LLM 구조를 채택해 강의 설계, 진로 상담, 코드 생성 등 특정 목적에 맞는 최적의 답변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AI의 할루시네이션(AI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며, 학생의 학습 의도와 맥락에 따라 챗봇의 응답 스타일(페르소나)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등 고도화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 미래 교육의 청사진, ‘융합’과 ‘확산’을 향해

결국 P3BL과 ELP의 결합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정답 암기’에서 ‘질문 설계’로 전환하는 시도다. 사업단은 이러한 혁신 모델을 통해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의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하는 ‘융합데이터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단의 비전인 ‘Big Fusion and Diffusion’은 이러한 교육 모델을 컨소시엄 내 대학 간에 긴밀히 공유(Fusion)하고, 나아가 국내외 교육 현장 전반으로 확산(Diffusion)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미 AI, 실감미디어 혁신융합대학 사업단과 ‘A.I.B 메타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지능형실감데이터’라는 공동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개발하는 등 대학과 학문의 경계를 넘는 공유와 협업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AI 기술 발전이 가져온 교육계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되물을 기회가 되고 있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정의하고 최적의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다.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이 제시하는 새로운 교육 방법론은 AI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상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에듀플러스#빅데이터#AI#인공지능#P3BL 교육 방법론#진화가능 학습 플랫폼(ELP)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