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기술 패권 전쟁 중… “강한 IP 확보하는 통합 플랫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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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패권의 핵심은 IP주권’. 24일 한국연구재단 주도로 동아일보에서 열린 대학 기술 사업화 혁신 체계 구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기술패권의 핵심은 IP주권’. 24일 한국연구재단 주도로 동아일보에서 열린 대학 기술 사업화 혁신 체계 구축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미국과 중국은 기술,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세계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대학의 연간 기술료 수익만 4조8100억 원가량이다. IP는 부가적 자산이 아니라 핵심 수익 모델인 것이다. 중국도 엄청난 투자로 IP 자산 축적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주요 국가 사이에 IP 확보와 사업화, 소송과 방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IP 주권을 튼튼히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대학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r, 기술 사업화 전문가)와 변리사, 연구원 등이 우리나라 IP 주권을 지킬 정책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연구재단이 주도하는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브릿지) 사업단 협의회 회장 심경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교육부 기술지주회사 설립 자문위원장을 역임하며 기술 사업화 방안 수립에 힘을 실어 온 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기술 이전과 IP 정책을 연구하는 류태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표준 특허기술 사업화로 우리나라 기술료 수입 1위를 기록한 세종대 산학협력단 홍서경 기술이전센터장(변리사), IP 전(全)주기 사업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이인구 ㈜그래비스 변리사(전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지식재산실용화센터 부센터장)이 참석해 IP 정책 청사진을 제시했다.

심경수 교수 “강한 IP 창출하는 통합 플랫폼 NTX 만들자”

심경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심경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심 교수는 국내 대학의 기술 IP 수익화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이를 보호할 장벽을 구축하기 위해 ‘대학 혁신형 IP 기술 사업화 지원 사업(NTX, National Technology eXchange)’을 제안했다.

국내 대학은 대학의 기술 사업화 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한 브릿지 사업의 도움으로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기술료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5∼6년간 1200∼1300억 원대에 묶여 있다. 국내 기술 사업화 전략을 세계 흐름에 맞게 고도화해 더 많은 수익을 내려면 IP 창출, 해외 이전, 소송전 같은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표준 IP 수익화 프로세스’를 위해 NTX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NTX는 대학과 연구 기관이 IP 수익화 프로세스 아래 강력한 전략 산업 IP를 만들도록 이끈다. IP 유동화와 사업화를 이끌 전략과 이를 활성화할 투자 프로그램과 플랫폼 구축도 NTX의 몫이다. NTX를 활용해 IP 기술료 규모를 지금의 10배인 연 1조 원 수준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이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튼튼한 IP 보호 장벽을 세워 국내 신산업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해외 대형 NPE(특허관리기업)가 한국을 포함해 세계 유수 대학 IP를 싼 값에 사들여 AI로 분석한 후 우회 특허를 확보해 대규모 특허 소송전을 벌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것을 막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소송 장벽에 가로막혀 IP 수익화 프로세스가 지연되거나 막힐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IP 수익화 교류의 장 형성해 지역 혁신 거점 축으로 발전시켜야

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NTX는 지역 대학 IP 수익화는 물론 지역 기업과 산업계의 성장도 돕는다.

기술 경영 규모(기술료와 특허료 및 기술 사업화 재투자 금액 합계)가 200억 원 이상인 수도권 대학이 중앙 NTX를 맡아 IP 수익화 프로세스 전반을 운영한다. 기술 경영 규모 100억 원 전후의 지역 대학은 일반 NTX를 맡아 중앙 NTX와 공동 사업을 전개하고 지역 기업과 산업계에 알맞은 IP를 이식받는다. 이런 방식으로 기술이 전국 단위로 전파된다.

심 교수는 중앙 NTX 1개 대학, 일반 NTX 20개 대학을 구상하고 있다. 지방대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지방 소멸 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한국연구재단이 만든 AI 온라인 IP 관리 플랫폼 ‘NRF-TCC’도 NTX의 주요 구성 요소다.

NRF-TCC는 국내 IP를 클라우드로 모아 관리하고 AI로 분석해 가치를 산정함으로써 사업화 가능성을 계산한다. 지역 기업과 산업계 수요에 알맞은 IP를 골라 이식해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해외 NPE 특허 소송에도 대비한다.

현재 국내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200개 이상 기업의 대표들이 NRF-TCC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심 교수는 NRF-TCC가 계산한 사업을 고도화하며 대학간 IP 교류의 장을 만들어 역량을 강화해 기술 패권 경쟁 시대 IP 주권을 지킬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식 교수는 국내 대학이 세계 기술과 IP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적극 대응해 연구 역량을 세계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00년대 BK21 사업으로 대학이 연구 중심 대학 흐름을 탔고, 브릿지 사업으로 기술 실용화에 눈을 떠 몇몇 대학은 글로벌 연구 중심 대학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브릿지 사업을 통해 기술 이전료 연평균 수입이 사업 기간 전보다 120% 증가했고, 기술 이전 건수도600% 늘었다”며 “세계 기술 환경이 바뀌는 시점에서 새로운 연구 및 기술 중심 대학을 배출하는 데 NTX가 큰 효용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NTX가 연구자에게 세계 기술 및 IP 시장을 분석해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태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류태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류태규 선임연구위원은 “좋은 기술이 아닌 좋은 IP를 확보해야 NTX 목적 중 하나인 IP 주권 강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 선임연구위원은 “NTX가 좋은 IP를 만들도록 연구개발 체계와 TLO 역량을 강화하고, 민간과 연결해 성과를 내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R&D를 통해 개발된 우수한 기술이 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면서 “NTX 운영은 지속적인 정책 화두가 돼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홍서경 세종대 산학협력단 기술이전센터 센터장
홍서경 세종대 산학협력단 기술이전센터 센터장
홍서경 센터장은 “NTX가 기술과 네트워크, 민간 전문 인력을 공유하는 공동 작업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면 대학이 다양한 첨단 기술을 원활히 다루며 표준 특허를 확보해 해외 출원과 시장 선점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홍 센터장은 특허가 시장과 짝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해외 특허를 많이 출원해 속지주의 IP 경쟁에 대응하고 장기 관점에서 다양한 IP 수익화 방안도 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구 ㈜ 그래비스 전무
이인구 ㈜ 그래비스 전무
이인구 변리사는 홍 센터장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대학이 현실적으로 시장 흐름에 맞는 특허를 낼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 IP 전문가가 NTX에 큰 힘을 실어 줘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 IP 개발과 사업화는 연구 및 제출 시간이 정해진 논문 위주로 이뤄지기에 시장 유행에 다소 뒤쳐지지만 기업은 시장 유행을 면밀히 조사해 IP를 사업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변리사는 “대학과 기업의 장점을 융합해 시장 트렌드를 따르고 더 나아가 선도하는 좋은 IP를 만드는 데 NTX가 힘을 실어야 한다”며 “NTX가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 IP와 가치를 인정받는 전략적 IP 사업화를 동시에 이뤄내는 통합적 구조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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