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스코이앤씨, 사고 위험 자체 진단하고도 못 막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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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고서에 “중대재해 발생 3곳
원가-공사기간 문제 있던 현장들”
“구조적 문제 풀어야 사고 방지” 지적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2025.8.6 뉴스1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2025.8.6 뉴스1
올해 잇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이미 원가 상승과 공기 준수 등의 문제가 현장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체 진단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반복되는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건설업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포스코이앤씨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 이후 중대재해가 증가 추세로 전환하며 안전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며 지난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현장 3곳에 대해 공통적으로 “원가, 공기 이슈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건설 경기 악화로 기업 생존이 우선순위로 변화함에 따라 공기 준수, 수익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건설업 전반의 상황을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사고가 발생한 광명∼서울고속도로와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는 모두 예산 확보 지연, 주민 민원 등 다양한 이유로 공사가 지연된 현장이다. 올해 4월 붕괴 사고로 2명이 숨진 신안산선 복선전철 현장에서는 지난해에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건설업 전반의 분위기를 설명한 것”이라며 “기업이 실제로 원가를 절감하거나 공기를 단축하려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보고서는 이어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 중대재해 제로를 달성하며 현장의 자율성이 확대돼 본사 피드백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안전 관리 체계 작동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중대재해가 증가하며 단기적 대책에만 급급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포스코이앤씨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이 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안전 비용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공사 지연 시 공기 조정을 어떻게 할지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현장 안전도 보장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내부 회의를 열고 포스코이앤씨 법적 제재를 위한 법률상 미비점을 검토했다. 전날 휴가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 면허 취소 등 최고 수위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중대재해법은 사업장별 2명 이상의 사망자가 있을 때 영업 정지가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며 “여러 가지 법적 미비 부분을 발견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날 전국 현장 공사를 무기한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재차 돌입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말부터 포스코이앤씨 110여 개 시공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중대재해#안전사고#건설업#시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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