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임박… 수련병원 “초과 정원 수용땐 비용부담 걱정”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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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1년 6개월만에 봉합수순
의협 “아쉬움 있지만 긍정적 평가”
지방-필수의료는 복귀 적을까 우려
PA간호사로 공백 메웠던 병원… 업무분담-중복 인건비 등 부담 커져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올해 하반기에 근무할 전공의 1만3498명을 수련병원별로 11~29일 모집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정부와 의료계가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 방안에 합의하면서 1년 6개월째 이어진 의정 갈등도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복귀 방안에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결론을 도출해 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전날 정부 관계자와 전공의 단체 대표가 모두 참여한 회의에서 합의안이 도출된 만큼 전공의 복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내과, 외과 등 필수의료 과목과 지방 수련병원의 경우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필수의료-지방병원 중심 복귀 저조 우려

8일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11∼29일 수련병원별로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 차 3207명, 2∼4년 차 7285명 등 전공의 1만3498명을 모집한다. 의료계에서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이른바 인기 진료과목에는 전공의들이 대거 복귀하고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에선 저연차를 중심으로 수련을 포기하거나 전공을 바꾸려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5일 마감된 하반기 신규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필기시험에는 923명이 몰렸다. 수도권 필수과 4년 차 레지던트는 “(우리 병원도) 응급의학과, 내과 등에서 서너 명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들었다. 일부는 피부과 등 미용의료로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수련병원에서의 전공의 이탈도 우려된다. 정주 여건 등을 고려해 수도권 병원으로 옮기려는 저연차 전공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필수과 지방 국립대병원 교수는 “2, 3년 차 중에서도 기존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과 1년 차로 다시 지원하거나, 수도권 병원에 도전하려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경현 대한의학회 홍보이사는 “기피 진료과목에 추가 수당을 주는 등 미봉책만으로는 필수과 외면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 초과 정원 수용에 부담 느끼는 수련병원

‘전공의 없는 시스템’에 적응하던 수련병원도 고민에 빠졌다. 의료 공백을 진료지원(PA) 간호사 등으로 메웠는데,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인력이 중복돼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장은 “전공의 복귀는 환영하지만, PA 간호사와의 업무 분담이나 인건비 등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병원 수련교육 담당 교수는 “이미 많이 충원된 인기과에선 복귀자까지 초과 정원으로 받을 경우 병원과 교수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에선 수도권 일부 병원들이 초과 정원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 이에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일부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 제한적 수용을 고려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복지부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의협도 “군입대 전공의들의 수련 재개 방안 등 정부의 전향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 짧은 기간 이수에 의대 ‘부실 교육’ 우려

의대 교육 현장에서는 부실 교육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의대생이 학교를 떠난 기간에 이수하지 못한 과목을 채우려면 계절학기와 주말 등을 통해 최대한 압축해서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대를 둔 한 사립대 총장은 “의대 수업 커리큘럼을 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이미 수업에 들어간 의대도 있지만 우리 학교는 9월에야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 갈등 과정에서 교수 유출이 많았던 지방대의 고민도 크다. 교수 인력 등 인프라가 충분한 의대와 그렇지 않은 의대의 수업 질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학생이 돌아왔으니 최대한 교육을 잘해야 한다”면서도 “예약된 환자 진료를 병행하면서 학생 실습 준비까지 모든 것을 다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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