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0명… 전남 지원율 33%
지방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올해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역 필수의사제’에 지원한 전문의가 모집 인원의 6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전남은 지원율이 33.3%에 그쳤다. 지역 근무수당 월 400만 원, 각종 정주 지원책도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지역 필수의사제에 지원한 전문의는 전체 모집 인원 96명 중 58.3%(56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15명, 제주 14명, 전남 8명 순이었다. 진료과목별로는 내과(27명)와 외과(10명)에 총지원자의 3분의 2가 쏠렸다.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각 5명, 신경과 4명, 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외과 각 2명에 그쳤다.
지역 필수의사제는 종합병원급 이상인 의료기관에서 산부인과 등 8개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월 400만 원의 근무 수당을,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등 정주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역별로 5년 차 이하 전문의 24명씩을 모집해 5년 안팎의 계약을 맺는다.
의료 기반이 취약하거나 정주 인센티브가 적은 지역일수록 의사 확보가 어려웠다. 전남 참여 병원 4곳 중 공공병원인 목포시의료원과 순천의료원은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목포시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 중 3명이 내년에 전역하는 공중보건의사라 급히 구인 공고를 냈지만, 내과 외과 등 모든 과에 지원자가 없다”고 말했다. 순천의료원 관계자는 “기존 인원 이탈을 막기도 버거운데 지방 의료원이 5년 차 이하 젊은 전문의를 채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지원율이 양호한 강원 역시 지역별 편차가 컸다. 서울과 가까운 춘천·원주 소재 병원 3곳은 모집 인원을 거의 채웠지만, 영동권인 강릉아산병원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릉은 춘천, 원주보다 지역 상품권을 2배(월 200만 원) 지급하는데도 지원자가 없다. 수도권과의 거리가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젊은 의사가 부족한 필수과일수록 구인난이 심각했다. 최동석 목포시의료원 산부인과 과장은 “의료 취약지는 배후진료 역량이 부족해 고위험 임산부 대응이 어렵다. 사법 리스크 부담에 지방에 남기를 꺼린다”며 “요양병원이나 피부과로 가는 젊은 의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는 “의정 갈등 전에도 한 해 배출되는 전문의가 20∼30명에 불과했다. 지방은 거점 병원 구축 등 일할 토양이 안 갖춰져 있어 젊은 의사들이 근무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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