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대북 심리전 ‘자유의 소리’ 방송도 15년만에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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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北주민-군인들 대상
北실상 알리고 국제뉴스 등 송출
文정부 때도 중단 안 하고 방송
정부, 北 호응 없어도 유화 조치

북한이 대남 확성기 철거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 10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군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2025.08.10. [파주=뉴시스]
북한이 대남 확성기 철거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 10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군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2025.08.10. [파주=뉴시스]
정부가 대북 유화책의 하나로 우리 군이 제작·송출해 온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 라디오 방송을 전격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방송이 중단된 건 2010년 5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방송을 재개한 이후 15년 만이다.

3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국군심리전단이 제작해 송출하던 라디오 방송인 ‘자유의 소리’ 방송 송출을 1일부터 중단했다. 방송은 통상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4시간가량의 정비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진행됐는데, 31일 오후 10시 방송을 끝으로 1일 오전 2시부터 방송을 재개하지 않았다.

‘자유의 소리’ 방송 중단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확성기 시설물 철거 등에 이은 남북 긴장 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방송은 FM 라디오 방송이나 단파방송 형태로 송출되던 것으로 정보가 차단된 접경 지역 북한 주민들이나 북한군이 한국 등 외부 세계 관련 정보를 얻는 주요 수단이었다. 날씨 등의 생활 정보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한편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내용, 가요 등 음악, 국제 뉴스 등이 송출돼왔다.

이 방송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2개월 뒤인 5월 6년 만에 재개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시설물을 모두 철거했을 때도 이 방송은 중단하지 않고 이어왔다.

정부 소식통은 “대북 라디오 방송은 북한 주민들 사상을 뿌리부터 흔드는 내용이어서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던 것 중 하나였다”며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앞으로도 긴장 완화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6월 민간 단체에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7월 초엔 국가정보원이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전면 중단했고, 8월 초엔 대북 확성기 시설물을 철거했다. 이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깎아내렸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상응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현재도 전방 40여 개에 달하는 대남 확성기 중 1개를 철거한 것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 유화책#대북 심리전 방송#자유의 소리#방송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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