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극복한 50대, 5명의 장기기증으로 이어간 따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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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9월 18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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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뇌사 상태였던 고(故) 윤기명 씨(55) 생전 모습. 뉴시스
지난 7월 21일 뇌사 상태였던 고(故) 윤기명 씨(55) 생전 모습. 뉴시스
피부암을 이겨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던 한 50대 가장이 출근길에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생의 끝에서 장기기증으로 다섯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안기고 세상을 떠났다.

■ 출근길 차에서 쓰러진 채 발견…결국 뇌사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故) 윤기명 씨(55)는 지난 7월 2일 출근길 차량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윤 씨는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심장, 폐, 간, 신장(양측)을 기증해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7월 21일 영면했다.

■ 5년간 피부암 이겨내고 느낀 삶의 소중함

윤 씨는 2018년 피부암 진단을 받았지만, 5년간의 투병 끝에 지난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이후 삶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며 사회에 기여하려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한다. 가족과 지인들은 “병을 이겨낸 뒤 더욱 따뜻해진 사람”으로 기억했다.

■ 평소에도 먼저 나서 도움 주던 이웃

윤 씨는 평소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보면 항상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내와는 “만약 우리가 같은 상황이 되면 남들을 위해 기증하자”는 약속도 나눴다. 가족들은 그의 뜻을 존중해 기증을 결심했다.

■ 야구 꿈 접고 가장이 된 삶, 아들에게는 따뜻한 아버지

부산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윤 씨는 5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고교 시절 야구부에서 활약했으나 가정형편상 운동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한전KPS에 입사해 34년간 근무하며 가정을 지켰고, 결혼 15년간 자상한 남편이자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들의 든든한 아버지로 살았다.

■ 아내의 마지막 인사 “다음 생엔 내 아내로 태어나길”

윤 씨의 아내 전영신 씨는 “기명씨, 내가 장난을 많이 쳐도 다 받아주고 사랑으로 이해해줘서 고마웠다”며 “다음 생에는 오빠가 내 아내로 태어나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아픈 경험을 딛고 더 큰 사랑을 나눠준 고인과 유가족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숭고한 생명나눔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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