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왼쪽)와 라인홀트 메스너.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산과 자연을 존중하는 산악 문화가 한국에서 더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26일 울산 울주군 신불산 자락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만난 ‘산악계의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81)는 “한국에 9년 만에 와서 가장 놀란 건 젊은 사람들이 산을 굉장히 사랑하고 산에서 많은 것을 배워 간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메스너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에 ‘울산울주세계산악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2016년 이후 두 번째로 울주를 찾았다. 194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부터 1986년까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해발 8848m)를 포함한 8000m급 14좌를 무산소로 완등했다. 2023년 기네스 측이 ‘일부 등반 인증 자료가 오늘날 기준에 못 미친다’며 그의 기록을 취소하면서 논란이 됐지만, 여전히 세계 산악인은 그의 등반 사실 자체를 인정하며 그를 ‘살아 있는 전설’로 부른다.
이날 메스너는 “살아 있는 전설과 같은 수식어보다 ‘자연의 선생님’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산악인의 정신과 등반 유산을 보존하고 산악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메스너 산악 박물관(MMM) 네트워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메스너는 한국에서도 산악 문화 정착을 위해 산악박물관 건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산악인을 많이 배출한 한국에서도 ‘전통 알피니즘(등산정신)’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보존하고 계승할 박물관을 짓는 건 매우 필요한 일”이라며 “수년 내 지어지기를 희망하고 그때 꼭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날 메스너는 2007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14좌+위성봉 2개)를 완등한 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65)도 만났다. 엄 이사는 UMFF 집행위원장을 맡아 메스너를 초청했다. 메스너는 “(엄 이사는) 훌륭한 산악인인 동시에 네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메스너는 27, 28일 자신이 연출한 ‘스틸 얼라이브’와 ‘에베레스트―최후의 한 걸음’을 상영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UMFF는 산악스포츠 등을 주제로 한 영화를 소개하는 국내 유일 국제 산악영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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