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가전산망 마비… ‘이중화 미비’가 피해 키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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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화재
전원장치 이전 배터리 분리중 ‘불꽃’… ‘정부24’ 등 주요 온라인 창구 올스톱
불에 탄 96개 시스템 복구 2주 예상
오늘 민원-금융 등 ‘월요 대란’ 우려… “정보 안보 치명적 약점 드러나” 지적

까맣게 타버린 리튬이온 배터리
27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타 까맣게 그을린 리튬이온 배터리를 건물 밖으로 옮기고 있다. 열폭주 우려로 대량의 물을 부어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진화하다 보니 화재는 발생 21시간 45분 만인 27일 오후 6시경 완진됐다. 이번 화재로 전산장비 740대와 배터리 384대가 전소돼 국가 전산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전=뉴스1
까맣게 타버린 리튬이온 배터리 27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타 까맣게 그을린 리튬이온 배터리를 건물 밖으로 옮기고 있다. 열폭주 우려로 대량의 물을 부어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진화하다 보니 화재는 발생 21시간 45분 만인 27일 오후 6시경 완진됐다. 이번 화재로 전산장비 740대와 배터리 384대가 전소돼 국가 전산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전=뉴스1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요 정부 전산 시스템이 멈추는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에서 온라인 민원, 증명서 발급, 우편·예금 서비스 등이 중단돼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복구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29일 오전부터 각종 공공기관 민원 처리와 금융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월요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재는 26일 오후 8시 15분경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비상전원인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이전하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리하던 중 불꽃이 튀며 발생했다. 약 21시간 45분 만인 27일 오후 6시에 모두 진화됐다. 단 1개 층이 불에 탔지만 740대 전산장비가 전소하면서 647개 정부 전산 시스템 가동이 중단됐다. 이 중 96개 시스템은 직접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배터리 노후화 문제, 작업자 과실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이틀이 지난 28일까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와 ‘국민신문고’ 등 주요 정부 부처 홈페이지는 먹통인 상황이다. 공무원 업무에 필수적인 ‘온나라시스템’도 가동이 중단돼 다수의 국가 업무가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졌다. 인터넷 우체국 우편·택배 서비스와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가 중단되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현금 인출과 택배를 이용하려는 시민들 사이에서 불편이 컸다.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노동포털 ‘노사누리’,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등도 먹통이 됐다.

행안부는 통신·보안 인프라 복구가 진행됨에 따라 28일 오후부터 직접 피해를 받지 않은 551개 시스템을 대상으로 순차적 재가동에 들어갔다. 행안부는 28일 오후 10시 기준 모바일신분증, 우체국 인터넷 예금 등 30개 서비스가 복구됐으며, 대전 본원 전체 네트워크 장비와 핵심 보안장비는 100%가 정상 작동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에 타는 등 직접 피해를 입은 96개 시스템은 정상화까지 최소 2주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로 정부 전산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발생 시 다른 지역 센터에서 시스템을 이어받아 가동하는 ‘이중화’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3년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다중 지역 동시 가동 체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일부 시스템에서만 시범 운영 중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가 정보 안보에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화재#정부 전산망 마비#온라인 민원 중단#정보보호#이중화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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