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수에 전화해 자녀 학점 따지는 부모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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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이어 대학까지 교권 침해
여행 간 자녀 대신 수강신청 부탁에
대학 인권센터에 허위 신고까지
교수 보호책 없어… 일부선 노조 결성

서울의 한 사립대 A 교수는 최근 조교를 통해 성적 관련 민원을 받고 깜짝 놀랐다. 학부모가 연구실로 전화해 “우리 아이가 C 학점을 받았는데 어떻게 이런 점수가 나올 수가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결국 교수는 학생을 불러 시험 채점 기록과 과제 평가 내용, 석차 등 성적 산정 증빙자료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대 B 교수는 “우리 애가 수강신청 기간에 해외여행을 가는데, 수강신청을 대신해 줄 수 없느냐는 학부모 전화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대학 인권센터 신고 늘어 “허위 신고도 여럿”

최근 일선 초중고교에서 교사를 상대로 한 민원과 협박 등 교권 침해가 문제가 되는 가운데, 대학 교수도 학생·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 교사에 대한 교권 침해는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공론화되며 관련 법이 정비됐지만 교수 교권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 등 국립대 10곳이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29일 제출한 ‘최근 5년간 인권센터 사건 현황’에 따르면 국립대 인권센터에 접수된 신고 및 상담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217건 △2022년 249건 △2023년 281건 △2024년 320건이었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 227건으로 이미 지난해 건수의 절반을 넘었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2021년부터 대학은 교직원과 학생 등 학교 구성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인권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각 대학에 인권센터가 설립되며 학생들이 성희롱·성폭력 피해나, 학교에서 겪은 부당한 일을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 다만 인권센터에 접수된 일부 사건 중 추후 허위로 판명 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사립대에 재직 중인 C 교수는 “학생이 교수를 인권센터에 신고했는데 조사해 보니 신고 내용이 허위로 밝혀진 경우가 올해도 몇 번이나 있었다”며 “중고교 시절 교사에게 함부로 대하던 학생이 대학에서 교수들에게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국립대에서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발표했던 본인 아이디어를 교수가 수업 자료와 논문 등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훔쳐 갔다고 주장해 학교 윤리위원회에 교수를 고발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교수 교권 보호책 미비, 일부선 노조 결성

초중고 교원의 경우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등 교권에 대한 법적 보호책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교수의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적 보호책은 아직 없다. 일부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허위 신고를 당하거나 교권 침해를 겪어도 외부에 알려지면 명예가 손상된다는 생각에 동료 교수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학에선 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이 결성되고 있다. 한양대는 올해 6월 교수노조 창립총회를 열고 대학 행정 투명화와 함께 교원의 고충 처리 및 권익 보호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일부 대학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부당한 사건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의 강의를 개설하기도 했다.

수도권 사립대 D 교수는 “(교권 침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교수들이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교수 노조에 가입하거나 노조에 신고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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