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에 맞서 선봉에 섰던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결국 울릉도로 향했다. 세브란스 전공의 재지원에 실패한 뒤, 그는 바다 건너 동쪽 끝 섬 응급실에서 다시 시작을 선택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발표 직후 대전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비대위를 이끌며 수련 중단과 대정부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강경 대응을 주도하며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너무 강경하다”는 비판도 거세졌다. 결국 올해 6월, 그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사퇴 전 그는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수련을 중단하며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을 미련 없이 접었다.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비대위 해산 이후 그는 마음을 바꿔 “응급실에서 다시 수련하고 싶다”며 지난 8월 세브란스 전공의 모집에 지원했지만, 끝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이 선택한 곳은 울릉군 보건의료원이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울릉. 그리하여 피폐와 방황을 갈무리하고 끝내 바다 건너 동쪽 끝에 닿았다”며 “10월부터 울릉군 보건의료원 응급실에서 근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에서 다시 나아갈 길 살피려 한다”며 “명절에는 내내 병원에 머물기로 했다. 모두들 건강히, 평안 추석 보내시길”이라고 전했다.
보건의료원은 보건소보다 더 큰 규모의 지역 보건 의료기관으로 보건소 기능 외에도 일반 병원급의 진료와 치료가 가능하다.
‘돌아갈 생각 없다’던 발언과 달리, 그는 다시 응급실로 돌아왔다. 세브란스 지원 불합격 이후 울릉도로 향한 그의 행보는 아이러니하게도 또다시 의료 현장 속에서 평가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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