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도 전부 무죄… 9년 ‘사법 족쇄’ 풀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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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합병-분식회계 등 19개 혐의
2심도 1심 이어 모두 무죄 선고
법조계 “檢 무리한 기소” 비판론
李측 “본연의 업무에 전념 희망”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7·사진)이 항소심에서도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6년 ‘국정 농단’ 사태부터 이 회장을 옭아맸던 사법 족쇄가 9년 만에 풀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무리한 수사·기소와 항소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3일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대해 검사의 항소 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고, 예비적 공소사실 역시 모두 무죄로 판단한다”고 판결했다. 2018년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2020년 9월 기소한 이후 선고까지 1252일 걸린 1심에 이어 1년간 진행된 2심에서도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승계를 위한 부당합병 혐의나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회계부정 혐의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미전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과 시점을 골라 합병을 계획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형식적으로만 검토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미전실의 사전 검토는 합병에 관한 구체적 확정적 검토라 보기 어렵고, 합병 이사회 이후 합병 주주총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수립한 계획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통상적이고 적법한 대응 방안”이라며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합병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점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허위 공시 혐의도 입증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부정회계 혐의도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배척했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여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1심 이어 2심도, 檢 주장한 ‘이재용 19개 혐의’ 하나도 인정 안해
[이재용 9년 ‘사법 족쇄’ 풀려]
“부당 합병-회계 조작 등 무죄… 검사 주장은 추정뿐 증명 안돼”
2심 재판부, 1심과 같은 결론
삼성 전현 임원 등 13명도 모두 무죄… “법원도 檢 무리한 기소 판단한 것”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적정성 검토보고서 작성에 대해 삼성 측 (부당한) 요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보고서의 개별 항목이 조작됐다고 볼 수도 없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3일 자본시장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7)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며 이렇게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도움이 됐을 수는 있지만,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과 시점을 선택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지난해 2월 전부 무죄로 판단한 1심과 같은 결론이다.

특히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13명도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7년간 수사와 공소 유지에 총력전을 펼친 대기업 사건에서 피고인 14명이 1, 2심에서 19개 혐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초유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라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법원도 인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 法, “검사 주장은 간접 사실 모은 추정뿐”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1일 기소됐다.

사건의 최대 쟁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직적 범죄’였는지였다. 검찰은 최소 비용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던 이 회장이 미전실과 공모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운 것으로 봤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지만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없었던 만큼, 합병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삼성 측이 합병의 목적, 경위, 효과 등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제일모직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의하여 상승 추세였으나, 삼성물산 주가가 부당하게 왜곡되거나 억눌려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허위 내용을 바탕으로 한 합병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전실이 합병을 사전에 검토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확정적 검토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한 청탁’이 인정된 것이 부당 합병 근거라는 검찰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은 전문성을 가진 곳으로, (이 회장이) ‘승마 지원’을 통해 국민연금의 찬성을 유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사의 주장은 ‘여러 간접 사실을 모아보면 알음알음 청탁된 것 아니겠냐’고 하는데, 그 정도로 입증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단은 이 회장의 청탁이 있었는지만 따졌을 뿐, 실제 합병 과정의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하진 않았다는 1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 부정회계·업무상 배임도 무죄

3일 오후 2심 선고가 끝난 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고법을 나서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 회장의 부정회계 혐의와 관련해 예비적 공소 사실까지 추가하며 유죄 입증에 주력했다. ‘예비적 공소 사실’이란 주위적 공소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이다. 검찰은 2015년(회계연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특별한 상황 변화 없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회계 처리한 것이 부정회계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8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처분과 관련해 “2015년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것이 근거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계) 처리 결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것이었다”며 “전체적으로 그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두 회사 합병 비율에 따라 약 4조 원의 자산가치 차액이 발생했다고 추정하면서 이 회장에게 적용한 업무상 배임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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