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검사때 수사 주도해… 1, 2심서 전부 무죄에도 상고 강행
“재판 받느라 의사결정 차질” 지적
美선 1, 2심 무죄땐 상소 금지… 법조계 “檢 기계적 상소 관행 없애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경영진의 철저한 반성과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주문했다. 삼성 위기론의 원인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인공지능(AI) 기술 환경의 급변, 삼성 내부의 조직적인 문제 등이 꼽히지만 특히 10년을 끌어온 사법 리스크도 주요 원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미국 등 다른 글로벌 빅테크 경쟁 기업들에는 없었던 삼성만의 위기 요인이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등에 대한 1, 2심에서 19개 모든 혐의가 무죄가 나왔음에도 검찰이 상소를 거듭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의사결정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미국 등 선진국처럼 1,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검찰의 상소를 아예 금지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시작됐다. 이 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검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2017년 1월 박영수 특검은 구속영장을 2번 청구해 이 회장을 구속시킨 뒤 뇌물 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특검 수사팀장과 파견검사로 수사를 주도했다. 이 회장 기소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수감됐다 가석방됐고 2022년 8월에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고발했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제기하던 의혹이었다.
검찰의 초기 수사는 분식회계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2019년 8월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부임하면서 부당 합병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에 윤 대통령을 임명했고, 전국의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한 전 대표였다.
이후 2020년 6월 소집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10 대 3 의견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그러나 검찰은 2020년 9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며 불구속 기소를 강행했다. 수심위가 2018년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수심위 권고에 불복한 사건이었다.
● 美는 1, 2심 무죄 땐 상소 불가
검찰은 재판에서도 연패를 거듭했다. 1, 2심은 이 회장의 19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전부 무죄였지만 검찰은 항소와 상고를 강행했다. 이 원장이 “공소 제기 담당자로서 국민께 사과한다”고 한 것을 제외하고는 사과한 검사도 없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기계적 상소 관행부터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처럼 1, 2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상소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피고인이 1심 혹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동일한 범행으로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협을 재차 받지 않는다”는 수정헌법 5조에 따라 검찰이 상소할 수 없다. 한 법조인은 “유죄 비율이 99.9%에 달하는 일본처럼 ‘정밀 사법’ 개념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소 인용 가능성이 낮은 경우 상소를 포기하도록 규정한 대검 예규를 적극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상소는 애초에 피고인을 위한 권리이지 수사기관의 권리가 아니다”며 “무죄가 나와도 검사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기계적 상소 관행을 멈추기 위한 제도적·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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