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의대 정원 제자리
‘전원 복귀해야 동결’ 내세웠던 정부… 의대생 수업 거부에 스스로 원칙 깨
내년 ‘3개 학번 동시 1학년’ 현실로… 학생들 돌아오게 할 대책도 안보여
착잡한 이주호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17일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6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교육부는 16일 오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등과 비공개회의를 열고 각 의대에서 동의하면 의대생 복귀율이 낮아도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온라인 회의를 열고 복귀율은 낮지만 ‘모집인원 동결을 먼저 발표하면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의료계 요구를 수용해 모집인원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의대생이 복귀할 생각이 없는데도 여전히 의대생에게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 스스로 ‘의대생 전원이 복귀해야 모집인원을 동결한다’는 원칙을 깬 셈이다.
정부는 모집인원을 동결하면서도 대규모 유급 사태, 내년 트리플링(24·25·26학번 1만여 명이 내년에 예과 1학년으로 함께 공부)을 막지 못했다.
● ‘빈손’으로 모집인원 동결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전략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의대생 복귀 명분을 주기 위해 하루빨리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을 결정하라는 요구가 대학 사이에서 나왔지만, 교육부는 지난달 7일에서야 발표했다. 등록금을 내거나 복학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제적될 시기가 코앞이라 의대생은 교육부 발표를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지난달 말까지 전국 40개 의대에서 2명을 제외하고 의대생 전원이 등록을 마쳐 제적은 피했지만, ‘등록 투쟁’으로 기조를 틀며 수업 거부는 계속됐다. 제적되면 전원 재입학은 불가능해 의대생이 움직였지만, 출석 일수 부족으로 인한 유급은 졸업이 1년 늦어지는 거라 수업 복귀 유인책이 되지 못했다.
교육부가 ‘전원’ 기준에 대해 오락가락했던 것도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입대나 임신, 질병 등으로 휴학하는 자를 제외하고 전원 복귀해야 한다면서도 100%의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후 의총협은 ‘과반은 돼야 한다’, 교육부는 ‘정상적으로 수업이 가능한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교육부는 수업 복귀율이 올라가지 않자 “모집인원 발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간을 끌었다.
수업 거부 분위기가 명확한데 정부가 공언한 것처럼 모집인원 동결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니, 의대생이 굳이 수업에 빨리 가야 한다고 마음먹을 이유가 없었다. 대학별로 지난달 등록 마감 시한을 연장해 줘가며 제적을 피하게 해준 데 대한 학습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계속된 수업 거부로 15일 기준 올해 입학한 25학번까지 총 7개 학년의 수업 참여율은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유급, 트리플링 대책 없어
교육부는 의대생 복귀를 기대하며 내년도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하려 하지만, 복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애초 의대생은 의대 증원 철회와 필수 의료 패키지 철폐를 주장하며 수업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의대 모집인원 동결은 내년도에 한해서만 이뤄졌고, 필수 의료 패키지 철폐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내내 동맹휴학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다가 승인해 줘서 올해도 학생들이 절대 제적이나 유급 못 시킨다고 믿고 있었다”며 “결국 복귀율이 적은데도 모집인원을 동결해 주면 학생들은 더 버텨도 유급시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급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처리되는 시기는 학기나 학년 말이라, 새 정부 출범 뒤 대체 수업이나 단축 수업 등을 통해 진급시켜 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의료계는 유급 결정을 미뤄 달라는 요청도 정부에 하고 있다.
16일 의총협 회의에서 모집인원 동결 이후 어떻게 학생 복귀를 유도할 건지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총장들 사이에서는 “모집인원 동결 안 한다고 발표해서 그나마 수업 듣는 30%도 뛰쳐나가면 어떡하냐”, “정부와 대학이 줄 거 다 주면 차츰 오지 않겠느냐” 등의 발언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 학생 복귀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집단 유급으로 내년 트리플링이 현실화하면 26학번에 수강 우선권을 주자는 이야기 정도가 나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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