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선포문 총리-장관 서명란 없어
계엄 선포 위법성에 추후 새로 작성… 내란 특검, 작성자 강의구 불러 조사
특검, 尹 오늘 불출석땐 재차 통보… 또 불응하면 강제구인 나설 방침
채상병 특검, 내일 임성근 출석 요구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 앞. 이날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은 2차 소환 시점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특검은 1일 오전 9시 출석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5일 이후로 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뒤늦게 새로운 계엄 선포문을 작성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이를 사후에 교정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었다.
●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 전 부속실장 조사
30일 내란특검팀은 강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강 전 실장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뒤늦게 새로운 계엄 선포문을 작성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해당 의혹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지난해 12월 3일) 국무위원들에게 배부된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누락돼 있었는데, 이후 강 전 실장이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부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서명)한 문건이 존재하는지’ 등을 묻는 질문을 받고 관련 내용을 추가해 서명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강 전 실장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인 국방부 장관 서명이 담긴 새로운 비상계엄 선포문을 작성하기 위해 한 전 총리에게 지난해 12월 5일 전화를 걸었고, 한 전 총리가 새 선포문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전 총리가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논란이 될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요청해 새 선포문은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실패 뒤 절차적 흠결을 메우기 위해 ‘사후 서명’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통고를 문서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2차 조사에서도 계엄 국무회의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과정을 거듭 조사할 계획이다.
30일 윤 전 대통령 측은 “1일로 예정된 출석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특검은 이를 바로 거부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1일에 나오지 않을 경우 이를 출석 불응으로 간주하고 4일 혹은 5일에 재차 출석하라고 통보할 방침이다. 만약 이때도 윤 전 대통령이 불응하면 특검은 강제 구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30일 오후 4시 15분경 내란특검팀에 “출석일을 5일 이후로 연기하고, 새로운 출석일을 정함에 있어 변호인과 사전 협의를 해달라”는 내용의 기일 변경요청서를 제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3일 하루 종일 윤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조사받기 전 하루의 휴식 기간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내란특검팀은 이런 윤 전 대통령 측의 행위가 특검법에서 규정하는 ‘수사방해 행위’라고 보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기일 변경요청서를 받은 지 약 1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 20분경 브리핑을 열고 “그쪽에서 무조건 날짜를 원한다고 해서 다 받아주는 것이 협의는 아니다”라며 “(윤 전 대통령이) 1일 출석 통보에 불응할 경우 즉시 이번 주에 있는 특정 일자와 시간을 지정해 재차 소환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7월 4일 또는 5일을 다음 출석요구 일정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그때도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법이 정한 마지막 단계의 조처를 할 것”이라며 “(마지막 조처란) 체포영장이 될 수 있고 그다음 단계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법조계에선 특검팀이 체포영장을 건너뛰고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특검보는 또 “출석 후에도 법과 사회, 일반 인식에 반하는 조사 방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가 있을 경우 이 또한 형사소송법이 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1차 조사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의 피의자 신문을 오전에 받은 뒤 ‘불법 체포영장 집행에 관여한 경찰 조사는 받을 수 없다’며 오후부터 조사를 거부했다.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편 이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추가로 구속됐다. 두 사람은 각각 2일, 6일 구속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날 신병이 추가 확보되면서 내란특검팀의 수사에도 한결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채 상병 특검, 임성근 전 사단장 2일 출석 요구
‘김건희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은 2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 두 특검팀은 특검법상 수사준비기간 20일을 모두 채운 만큼 곧장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채 상병 특검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2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2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출범한다. 법조계에선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 개시와 함께 김 여사 의혹 관련 가장 규모가 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의혹과 관련해 신속한 확인을 위한 수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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