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법당 들어가는 특검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관계자들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 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특검은 이날 전 씨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자택과 전 씨의 변호인 법률사무소, 전 씨의 스승이 거주하는 충북 충주 일광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단독 주택. 철제 대문이 열리자 양복을 입은 수사관 5명이 작은 박스가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를 손에 든 채 걸어 나왔다. 이날 오전부터 압수수색에 나섰던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관들이 8시간여 만에 집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곳은 김건희 여사와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법당이다. 특검은 법당 1층 외에도 지하 1층에 있는 54m²(약 16평) 남짓한 전 씨의 ‘비밀 공간’도 수색했다. 특검은 지난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전 씨가 창고처럼 사용했던 지하 비밀 공간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던 사실을 파악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이날 특검팀은 전 씨의 법당뿐 아니라 그가 속한 종파의 거점인 충북 충주 일광사 등 총 10여 곳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나섰다. 일광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특검이 새벽부터 찾아와 법당과 요사채는 물론이고 장독과 책꽂이까지 샅샅이 뒤졌다”고 전했다.
● 건진·처남 휴대전화 2대씩 압수
건진법사 전성배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법당 내외부를 촬영한 폐쇄회로(CC)TV 화면과 USB메모리 등을 확보해 분석에 나섰다. 특검이 전 씨와 관련한 압수수색에 나선 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 씨가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청탁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겼다는 ‘공천 청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이 현장에서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적혔다. 전 씨가 “유력 인사들에게 청탁해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면서 지역 인사들로부터 금품을 챙겼다는 혐의다.
특검은 이날 전 씨의 휴대전화를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 씨 변호인의 법률사무소도 압수수색했다. 이곳에서 전 씨와 ‘찰리’로 불린 전 씨 처남 김모 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2대씩 총 4대를 확보했다. 전 씨 측 관계자는 “검찰에 압수됐다가 돌려받아 변호인이 보관 중이던 휴대전화”라고 했다. 앞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 씨가 자신의 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통령실) 신모 행정관은 찰리 몫으로 들어간 것, 언제든지 쓸 수 있어”라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검은 전 씨 측에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국민의힘 박창욱 경북도의원의 자택과 박현국 경북 봉화군수 자택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청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오모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검찰은 전 씨의 휴대전화에서 2022년 3월 27일 한 사업가가 전 씨에게 박현국 당시 경북도의원 명함을 전달하면서 “은혜를 머리에 이고 살겠습니다”라는 메시지와 이틀 뒤 “하늘님께 이런 청원을 드려 송구하오나 혜량하시옵소서”라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지방선거 다음 날인 2022년 6월 2일 “고문님의 보살핌으로 봉화 2명도 당선, 영주도 당선, 노고에 경하”라고 보내 온 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전 씨가 2022년 11월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고위급 인사와 관련한 청탁을 받은 사실도 파악하고, 김건희 여사를 통해 실제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해당 인사들은 전 씨 등의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전 씨가 현직 검사에 대한 인사청탁 메시지를 받은 기록도 확보해 수사 중이다. 전 씨가 통일교 전 고위 간부 윤모 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받아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차례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 여사 수행비서인 유경옥 씨가 전 씨로부터 받은 샤넬백 2개를 샤넬 250mm 신발 1개와 가방 3개로 교환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은 공천을 비롯한 각종 청탁 과정에 김 여사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영향을 미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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