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사태’ 선포 강릉, 물 공급 4분의 1로 줄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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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저수지 저수율 14.9%까지 하락… 잇단 예약 취소, 생업까지 위협
정부, 소방차 71대 동원 긴급 물 지원… 李대통령 직접 방문 대책회의 주재

‘가뭄 재난’ 강릉 집결 소방차들, 급수 지원 31일 강원 강릉시에 전국에서 집결한 소방차량들(왼쪽 사진)이 가뭄 극복을 위한 급수 지원 활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모인 소방차 71대는 동해 속초 평창 양양 등 인접 지역에서 물을 실어 와 강릉 시민 87%가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홍제정수장(오른쪽)에 하루 2500t을 급수했다. 정부는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강릉 지역에 전날 오후 7시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강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가뭄 재난’ 강릉 집결 소방차들, 급수 지원 31일 강원 강릉시에 전국에서 집결한 소방차량들(왼쪽 사진)이 가뭄 극복을 위한 급수 지원 활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모인 소방차 71대는 동해 속초 평창 양양 등 인접 지역에서 물을 실어 와 강릉 시민 87%가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홍제정수장(오른쪽)에 하루 2500t을 급수했다. 정부는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강릉 지역에 전날 오후 7시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강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물 부족을 걱정해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데, 제한급수가 길어지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강원 강릉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만집 씨(64)는 31일 깊게 주름진 얼굴로 이렇게 하소연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강릉의 주 취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이날 14.9%까지 떨어지면서 생활용수는 물론이고 생업까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릉에 재난사태와 국가소방동원령을 선포하고 소방차로 물을 실어 오는 등 대응에 나섰다. 산불 등 사회재난이 아닌 자연재난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한 건 관련 제도를 도입한 2004년 6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 재난사태 선포에 소방차 하루 2500t 급수

강릉시는 31일부터 5만3485가구를 대상으로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2단계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공무원과 검침원, 이·통장이 직접 집집마다 찾아가 계량기를 조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도 중단돼 농민들은 다른 저수지에 의존해야 한다. ‘3일 공급·7일 제한’ 방식으로 물을 나눠 쓰고 있는데, 지난달 30일부터는 공급이 재개됐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30일 오후 7시 강릉에 재난사태가 선포돼 범정부 차원의 대응도 시작됐다. 소방청의 국가소방동원령 발령에 따라 31일 전국에서 모인 소방차 71대가 평창, 양양 등 인접 시군에서 물을 실어 와 강릉 시민 87%가 이용하는 홍제정수장에 공급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이날 하루 2500t을 공급했고, 1일부터는 하루 3000t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강릉을 방문해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재난사태 선포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또 가뭄의 근본 대책으로 바닷물 담수화를 제안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이 “9월엔 비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하늘만 믿고 있으면 안 된다. 사람 목숨 갖고 실험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농민들 “계곡물까지 말라… 하늘만 바라본다”

강릉시는 자체적으로도 용수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농작물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은 왕산면 안반데기 일대 배추밭은 가뭄으로 상품성을 잃고 있다. 배춧잎이 누렇게 말라 죽거나 속이 물러 녹아내리는 ‘콧병과 꿀통’이 번졌다. 농민 김모 씨(59)는 “계곡물까지 말라 급수차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인데, 그 물로는 절대 부족해 하늘만 바라볼 뿐”이라고 말했다.

물 사용량이 많은 업소 중 일부는 이미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강릉의 한 대형 뷔페는 물 절약 동참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점심 영업만 하고 저녁 영업을 중단했다. 7월 문을 연 호텔 ‘신라모노그램 강릉’은 수영장과 사우나 운영을 한시 중단했다. 주민 불편도 불가피하다. 수도 계량기를 75%로 잠그면 수압이 떨어져 고지대 주민은 물 사용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생수는 작은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30일까지 0.5L(리터) 81만2590병, 2L 54만5920병 등 총 1494t이 답지했다. 시는 일부를 학교와 경로당에 배부했고, 현재 1247t을 비축 중이다.

올해 강릉의 누적 강수량은 404.2mm로 평년(944.7mm)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당분간 뚜렷한 비 소식도 없다. 1일 전국 곳곳에 최대 8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약 5mm의 비만 예보돼 해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는 1일 두 번째 가뭄 비상대책을 내놓는다.

#강릉#가뭄#제한급수#재난사태#오봉저수지#소방차 급수#농작물 피해#물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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