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 사태 선포된 강릉… 어디나 겪을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31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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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재난’ 강릉 집결 소방차들, 급수 지원 31일 강원 강릉시에 전국에서 집결한 소방차량들(왼쪽 사진)이 가뭄 극복을 위한 급수 지원 활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모인 소방차 71대는 동해 속초 평창 양양 등 인접 지역에서 물을 실어 와 강릉 시민 87%가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홍제정수장(오른쪽)에 하루 2500t을 급수했다. 정부는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강릉 지역에 전날 오후 7시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강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가뭄 재난’ 강릉 집결 소방차들, 급수 지원 31일 강원 강릉시에 전국에서 집결한 소방차량들(왼쪽 사진)이 가뭄 극복을 위한 급수 지원 활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모인 소방차 71대는 동해 속초 평창 양양 등 인접 지역에서 물을 실어 와 강릉 시민 87%가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홍제정수장(오른쪽)에 하루 2500t을 급수했다. 정부는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강릉 지역에 전날 오후 7시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강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극한 가뭄이 덮친 강원 강릉에 재난사태가 선포됐다. 재난사태 선포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달리 심각한 피해가 예상될 때 사전적으로 취하는 조치다. 자연 재난으로는 이번 강릉 가뭄이 처음일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강릉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 저수지의 저수율이 식수 공급의 마지노선인 15% 아래로 떨어졌다. 약 한 달 만에 저수량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5만3000여 가구의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 급수에 들어갔고, 농업용수는 아예 공급이 중단됐다.

시민들의 생업까지 위협받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은 고랭지 배추는 누렇게 말라 죽거나 속이 녹아내렸다. 계곡물까지 말라 급수차를 동원했는데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부들은 하늘만 보며 속을 태우고 있다. 물이 필수적인 식당, 카페, 펜션은 단축 영업을 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절수 소식에 관광객 발걸음도 뜸해져 생계에 타격이 크다. 전국에서 소방차 71대가 집결해 홍제 정수장에 물을 부었지만 강릉에는 1일 5mm 안팎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 이후로는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가뭄 피해가 길어질까 우려스럽다.

강릉 가뭄은 대기가 스펀지처럼 수증기를 흡수해 나타나는 ‘돌발 가뭄’이 그 원인이다. 올해 강릉의 강수량(약 404mm)은 평년의 41%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이번 여름은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워낙 비가 내리지 않은 데다 폭염이 이어지니 그나마 내린 비마저 빠르게 증발해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결과로 이런 극한 기후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강릉에서 유독 피해가 컸지만 2022년 서울 폭우, 2023년 호남 가뭄, 2024년 중부 폭설처럼 기후 재난은 어느 지역에나 예고 없이 닥칠 수 있다.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는 적응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생존에 필수적인 안정적인 물 공급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강릉에 인접한 속초 역시 올해 강수량이 강릉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쌍천 지하댐을 짓는 등 일찌감치 치수에 투자해 이번 가뭄을 이겨냈다. 기후 변화 탓만 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강릉#가뭄#재난사태#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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