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남극 빙산 ‘A23a’가 빠르게 부서지고 있다. 한때 서울과 인천을 합친 것보다 큰 면적을 자랑했지만, 수 주 안에 완전히 조각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일(현지 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영국 남극 조사단(BAS)은 ‘현존하는 가장 큰 빙산’으로 불려온 A23a가 부서지고 있는 장면을 확인했다. 현재 면적은 약 1700㎢로, 1986년 발견 당시 3672㎢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 “현존하는 가장 큰 빙산” A23a, 결국 쪼개졌다
빙산은 수면 위로 높이가 5m 이상 나타난 얼음 조각으로, 극지방 대륙에서 빙산 분리(calving)돼 바다로 흘러 나온 것이다.
발견 당시 A23a는 무게 1.1조 톤에 제주도의 두 배 크기였으며, 이후 두 차례 더 큰 빙산(A68, A76)이 등장했지만 모두 조각나면서 여전히 최대 빙산 타이틀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번 붕괴로 더 이상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BAS 해양학자 앤드루 마이어스는 “빙산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으며, 떨어져 나온 조각마저도 여전히 거대하다”며 “내년 봄쯤에는 완전히 쪼개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해류 따라 북상…남반구 봄 맞아 붕괴 가속 전망
BAS가 공유한 남극 웨들해 황제 펭귄의 모습. AP 뉴시스A23a는 펭귄의 대표 서식지인 남극 웨들해 부근 해저에서 30년간 멈춰 있었다. 그러다 2020년 다시 해류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고, 올해 5월부터는 사우스조지아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사우스조지아는 남대서양에 위치한 영국령 섬으로, 남극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이 대서양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다. 이 지역의 해류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해 빙산을 북쪽으로 이동시키고, 이 과정에서 빠르게 무너져 내린다.
마이어스는 “앞선 대형 빙산들이 사우스조지아 부근에서 소멸했듯, A23a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며 “남반구의 봄이 시작되면서 붕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연스러운 현상?…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은
2025년 1월경의 A23a의 이동 경로. 사우스조지아 섬을 향해 가고 있다. AP 뉴시스과학계는 A23a의 분리를 지구온난화의 직접적 결과로 단정하지는 않는다. 빙산은 기후변화 이전에도 자연스럽게 빙산 분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빙산이 잇따라 등장하고, 붕괴 속도가 빨라진 현상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이어스는 “빙산 분리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지난 수십 년간 해수 온도 상승과 해류 변화로 수조 톤의 얼음이 녹았다”며 기후변화의 파급력을 지적했다. 앞서 BAS 대변인도 “지구온난화로 남극 대륙에서 갈라져 나온 대형 빙산이 많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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