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아내의 피부색을 조롱하던 남편이 아내에게 불을 붙여 살해한 혐의로 사건 발생 8년 만에 사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결혼 1년 내내 모욕을 견디다 결국 2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 “피부를 하얗게 해준다” 아내 속여 불태운 범죄
3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우다이푸르 지방법원은 “피부가 검다”며 아내 라크슈미를 조롱하고 불을 붙여 살해한 남편 키샨다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사건은 2017년 6월 발생했다. 당시 남편은 “피부를 희게 해주는 약”이라며 정체불명의 액체를 아내 몸에 바른 뒤 불을 붙였다. 라크슈미가 고통을 호소하자 남편은 남은 액체를 모두 부어 잔혹하게 범행을 이어갔고, 현장에서 도주했다.
■ 피해자 진술에 드러난 모욕의 일상
부모와 여동생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당시 라크슈미는 스무 살을 갓 넘은 젊은 나이였다.
라크슈미는 숨지기 전 남긴 진술에서 “결혼 후 1년 동안 남편에게 ‘칼리(Kali·검둥이)’라는 모욕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라훌 초우드하리 판사는 판결문에서 “불타는 도중에도 액체를 붓는 잔혹한 행위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남편과 변호인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 인도, 피부색 차별 범죄 반복…왜 처벌 못하나?
인도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어두운 피부 개선 화장품’들. 전문가들은 인도 내에서 밝은 피부 선호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출처=BBC)인도에서는 피부색 차별로 인한 범죄가 반복돼 왔다. 2014년과 2019년에는 20대 여성이 남편의 조롱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8년에는 14세 소녀가 학교에서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다 숨졌다.
인도 헌법 제15조는 종교·인종·카스트·성별·출생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피부색 차별을 명시적으로 규율하지는 않는다. 특히 해당 조항은 국가와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 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민간 고용이나 일상적 차별 사례까지 직접적으로 처벌할 법적 장치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인도 광고 표준 위원회(ASCI)는 어두운 피부색의 사람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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