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무안공항 참사 조명 “공항 입지부터 잘못”…한국선 시청 못해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0월 14일 11시 20분


코멘트
BBC 다큐멘터리가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둔덕형 장벽과 부적절한 입지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설계 기준을 어긴 인재”라며 구조적 부실을 비판했다. ⓒ 뉴시스
BBC 다큐멘터리가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둔덕형 장벽과 부적절한 입지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설계 기준을 어긴 인재”라며 구조적 부실을 비판했다. ⓒ 뉴시스

BBC가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항 입지 부적절성과 국제 기준을 어긴 구조물 설치로 생긴 인재”라 분석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경 BBC One의 다큐멘터리 ‘왜 비행기는 추락했나: 항공사고 최악의 해, 2025’가 방영됐다. 전 세계에서 잇따른 항공 참사와 함께, 한국 무안공항 참사가 “179명이 숨진 한국 최악의 항공 참사”로 꼽혔다.

● “둔덕 거기 있음 안 됐다”…피할 수 있던 비극


지난해 12월, 태국 방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제주항공편은 착륙 시도 중 조류 충돌(bird strike)을 겪었다. 조종사들은 구조 신호를 내고 고도를 높여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두 번째 착륙 때 랜딩 기어(착륙 장치)가 펼쳐지지 않아 시속 200마일(약 320km/h)로 활주로에 충돌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도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2024년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 2024.12.31 ⓒ News1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2024년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 2024.12.31 ⓒ News1

항공연구센터의 스가인 프루크니츠키 박사는 “사망률이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활주로 끝에 있던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설치 지침에 따르면 차단벽은 지면에서 7.5cm를 넘어서는 안 된다. 무안공항의 차단벽은 2m 높이의 둔덕 위에 설치되어 있었고 로컬라이저를 포함한 전체 구조물은 약 4m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그건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됐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보호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했다. 그 둔덕이 결국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 철새 서식지 위의 공항…“입지부터가 잘못됐다”

무안공항 인근 철새떼
무안 제주항공 참사 다음 날(30일) 오전 8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근처에 기러기 등 철새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당국은 이번 여객기 추락 참사가 ‘버드 스트라이크(새 떼 충돌)’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무안공항 인근 철새떼 무안 제주항공 참사 다음 날(30일) 오전 8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근처에 기러기 등 철새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당국은 이번 여객기 추락 참사가 ‘버드 스트라이크(새 떼 충돌)’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안공항이 건설된 위치 자체도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보존 과학자 나일 무어스 박사는 “공항 주변 지역은 물새가 살기 좋은 서식지였다”며 “새와의 충돌 위험이 이미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무어스 박사는 “무안은 활주로 서쪽에 갯벌이 있고, 동쪽에는 논이 있다. 갯벌에서 먹이를 찾으려는 새는 활주로를 건너야 한다”며 “물새가 몰려드는 곳에 공항을 세운 것이 문제”라 꼬집었다.

● 희생자 가족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
BBC One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박근우씨와 어머니가 나눈 마지막 카카오톡 대화 내용(사진=박근우씨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박근우 씨 페이스북
BBC One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박근우씨와 어머니가 나눈 마지막 카카오톡 대화 내용(사진=박근우씨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박근우 씨 페이스북

다큐멘터리에서는 참사 희생자 가족의 마지막 메시지도 공개됐다. 박근우(23) 군은 사고 당시 어머니로부터 “비행기에 새가 끼어 착륙이 어렵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어 어머니는 “유언을 써야 할까?”라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그 이후의 두 개의 문자는 끝내 읽히지 않았다.

BBC는 국제 기준에 맞는 설계가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는 인재였음을 지적했다. 참사 이후 영국, 독일, 미국, 스페인, 중국 등 주요국은 2026년까지 모든 콘크리트·강철 장벽을 ‘충돌 시 쉽게 부서지는 재질’로 교체할 계획이라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BBC의 해당 다큐를 직접 시청하기 어렵다. BBC One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BBC iPlayer’가 영국 내에서만 제공돼 국내 시청에는 제약이 따른다.

#BBC#무안공항#제주#무안#항공 참사#제주항공#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둔덕#활주로#철새#서식지#청둥오리#다큐#다큐멘터리#진상규명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