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전소 붕괴 사고]
굴뚝-철탑 등 건축물外 인공 구조물
해체-유지 관리 위한 법 마련 안돼
“제도 공백-공사비 절감 관행이 원인”
2022년 2월 제주대 생활관에서는 약 12m 높이의 굴뚝을 해체하던 중 구조물이 무너지며 굴착기 운전사가 숨졌다. 시공사는 작업계획서 없이 굴뚝 중간부부터 절단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강릉원주대 정문 앞 조형물, 2024년 경기 군포 야외 골프연습장에서도 철골 구조물 해체 중 각각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이번 울산 보일러 타워 붕괴처럼 ‘공작물’ 해체 과정에서 일어난 인명 피해다.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의 보일러 타워가 철거 도중 붕괴해 7명이 매몰되고 3명이 사망한 가운데, 최근 수년간 이처럼 공작물 해체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작물 해체가 법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작물이란 굴뚝·탱크·교량·철탑·보일러 타워 등 건축물 외 인공 구조물을 말한다. 그러나 건축물과 달리 해체·유지관리 기준이 없어 관리의 공백이 크다. 건축공간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건축법’은 공작물 관리자가 상태를 점검해 지방자치단체에 보고하도록 규정했지만, 2020년 ‘건축물관리법’ 제정으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이로 인해 공작물 소유주는 점검 의무가 사라졌고, 현행법상 감독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또 현행 건축물관리법은 해체 절차에 관한 제도를 ‘건축물’에만 규정하고 있다. 이번 울산 사고에서 지자체가 해체계획서를 받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건축물관리법은 잠원동·광주 학동 붕괴사고를 계기로 제정됐지만 당시 사고가 적었던 공작물은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보고서는 “공작물 유지관리 조항을 신설하고, 축조부터 해체까지 생애주기별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공작물 해체 절차를 규율하는 제도가 없어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해체 계획 수립과 검증 절차를 의무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은 지자체나 공단의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공백과 함께 ‘공사비 절감’ 관행도 사고 원인으로 지적한다. 울산 보일러 타워 철거에는 인력과 시간을 줄이는 발파 공법이 사용됐다. 그러나 대형 철골 구조물은 상층부부터 절단·해체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보일러 타워는 철 구조물이라 발파보다 상부 절단 방식이 안전하다”며 “설계 단계에서 발파 공법이 적용됐다면 발주자 책임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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