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023년 軍인사부터 계엄진용 갖춰… 김용현-노상원이 밑그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5일 03시 00분


6개월 수사 마친 내란특검
“박안수-여인형-곽종근 등 요직 임명… 작년 3월이후 비상대권 수시 언급
작년말엔 계엄명분 쌓기 드론 작전… ‘김건희 리스크’도 계엄 추진 의혹”
“박성재 등 무리한 영장청구” 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4.10.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4.10.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군을 동원해서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180일간의 수사를 마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한밤중 비상계엄을 선포한 동기에 대해 이렇게 판단했다고 한다. 당시는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하던 더불어민주당이 공직자 탄핵 소추를 이어가고 있었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윤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소통 대신 군과 경찰을 동원해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정치인 등을 일망타진하려 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헌법과 계엄법 요건에도 맞지 않는 ‘불법 계엄’이라고 결론 내렸다.

● “2023년 10월 군 인사부터 계엄 진용 갖춰”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최초 계획했던 시점이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전이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인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군 수뇌부를 물갈이하면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고,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당시 소장을 진급시켜 국군방첩사령관과 육군특수전사령관 및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계엄사령관을 맡거나 병력을 동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계엄의 ‘비선 기획자’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이런 군 인사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던 만큼, 특검은 사전에 비상계엄을 위해 조율된 인사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원재판영상 캡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원재판영상 캡처
특검은 지난해 3∼4월 이후로 윤 전 대통령이 한 달에 한 번꼴로 군 관계자들 앞에서 ‘비상대권 조치’를 언급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공관 등에서 수시로 만나 ‘우선 체포할 대상자’와 ‘2·3차 검거 대상자’를 분류하는 등 계엄의 실무 밑그림을 그렸다고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 수첩 등에 “수거 대상 명단, 수거팀 구성, 특별수사/재판소 운용” 등이 적혀 있기도 했다.

국군드론사령부가 지난해 10∼11월 북한 평양과 남포 일대에 무인기(드론)를 여러 차례 날려보낸 것도 ‘계엄 선포를 위한 명분 쌓기 차원’이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남북 관계의 위기 국면을 조성해 자연스럽게 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 전까지 국가정보원에서 간첩 세력 동향이나 북한의 남침 위험 등 안보 현안에 대해 보고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불법 계엄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 박성재 두 차례 영장 기각… “무리한 청구” 비판도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가 본격화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커지던 상황 역시 비상계엄의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해 왔다.

특검은 압수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김안방’이라고 저장된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내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중앙지검에 김 여사 의혹 관련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며칠 만에 중앙지검 지휘부가 물갈이 됐는데, 인사권자가 박 전 장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을 지휘하는 듯한 말투로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 무사 청탁 의혹까지 불거졌다. 다만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고, 추가 진술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계엄 선포 동기였는지 규명하진 못했다.

이 밖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검이 청구한 영장 13건 중 6건이 기각됐다. 또 특검의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내 일부 구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해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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