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수사 마친 내란특검
“박안수-여인형-곽종근 등 요직 임명… 작년 3월이후 비상대권 수시 언급
작년말엔 계엄명분 쌓기 드론 작전… ‘김건희 리스크’도 계엄 추진 의혹”
“박성재 등 무리한 영장청구” 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4.10.1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군을 동원해서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려 한 것이다.”
180일간의 수사를 마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한밤중 비상계엄을 선포한 동기에 대해 이렇게 판단했다고 한다. 당시는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하던 더불어민주당이 공직자 탄핵 소추를 이어가고 있었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윤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소통 대신 군과 경찰을 동원해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정치인 등을 일망타진하려 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헌법과 계엄법 요건에도 맞지 않는 ‘불법 계엄’이라고 결론 내렸다.
● “2023년 10월 군 인사부터 계엄 진용 갖춰”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최초 계획했던 시점이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이전이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인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군 수뇌부를 물갈이하면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고,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당시 소장을 진급시켜 국군방첩사령관과 육군특수전사령관 및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계엄사령관을 맡거나 병력을 동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계엄의 ‘비선 기획자’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이런 군 인사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던 만큼, 특검은 사전에 비상계엄을 위해 조율된 인사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원재판영상 캡처특검은 지난해 3∼4월 이후로 윤 전 대통령이 한 달에 한 번꼴로 군 관계자들 앞에서 ‘비상대권 조치’를 언급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공관 등에서 수시로 만나 ‘우선 체포할 대상자’와 ‘2·3차 검거 대상자’를 분류하는 등 계엄의 실무 밑그림을 그렸다고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 수첩 등에 “수거 대상 명단, 수거팀 구성, 특별수사/재판소 운용” 등이 적혀 있기도 했다.
국군드론사령부가 지난해 10∼11월 북한 평양과 남포 일대에 무인기(드론)를 여러 차례 날려보낸 것도 ‘계엄 선포를 위한 명분 쌓기 차원’이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남북 관계의 위기 국면을 조성해 자연스럽게 계엄을 선포할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 전까지 국가정보원에서 간첩 세력 동향이나 북한의 남침 위험 등 안보 현안에 대해 보고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불법 계엄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 박성재 두 차례 영장 기각… “무리한 청구” 비판도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가 본격화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커지던 상황 역시 비상계엄의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해 왔다.
특검은 압수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김안방’이라고 저장된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내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중앙지검에 김 여사 의혹 관련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며칠 만에 중앙지검 지휘부가 물갈이 됐는데, 인사권자가 박 전 장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을 지휘하는 듯한 말투로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 무사 청탁 의혹까지 불거졌다. 다만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고, 추가 진술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계엄 선포 동기였는지 규명하진 못했다.
이 밖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검이 청구한 영장 13건 중 6건이 기각됐다. 또 특검의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 내 일부 구역에 대한 압수수색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해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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