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철회를 당했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자녀 불법 조기유학에다 인사청문회에서 교육수장으로서 자질 부족까지 드러나서다. 첫 민정수석은 차명 부동산 보유와 차명 대출 의혹으로 임명 나흘 만에 물러났다.
국민통합비서관은 12·3 비상계엄 옹호 저서를 낸 사실이 알려진지 이틀도 못 가 사퇴했다. 반면 보좌진과 지난 정권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갑질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겸 여가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는 의원-친명(친이재명) 불패의 신화를 이어갈 모양이다. (이 칼럼이 인터넷에 올라간 날 오후 강선우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22일 “저희 인사검증 시스템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통합비서관이 오늘 오전 자진 사퇴를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국민께 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을 뿐, 대변인 자신은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사과 비슷한 말도 하지 않았다. 검증에서 못 본 문제가 발견됐고, 사퇴했으니 됐다는 식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 자진사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민주당 출신은 더불어 오만한가
그 시스템에선 인사 대상자의 책도 검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똑 부러진 답변은 없었다. 강유정은 “인사검증 대상과 범주, 과정은 구구절절 다 밝히기는 어렵다”며 인수위 없이 출범해 인사검증 행정관이 과로로 쓰러질 만큼 과부하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고 구구절절 지루하게 늘어놓았을 뿐이다.
동아일보 21일자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보수 측 인사의 추천을 받아 검증 과정에서 책 내용을 파악했지만 국민통합 차원에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건 비서관 한 사람의 책을 봤느냐, 당신들이 과로를 하느냐가 아니다. 부총리 겸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가 나올 정도면, 인사 실패와 검증 실패에 대해 책임 있는 자가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내각 추천이 끝난 뒤 “대통령님 눈이 너무 높으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반성은커녕 대통령 찬양에 바쁘다. 비서실장도, 대변인도 강선우와 같은 여당 의원 출신이다. 압도적 다수인 민주당 선출 권력을 믿고 대통령실은 그리 더불어 오만한가.
● 인수위 없는 문재인 정부도 “국민께 사과”
전임 대통령 탄핵 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이렇진 않았다. 첫 대통령비서실장 임종석은 심지어 장관 후보자 낙마가 나오기도 전, 대통령 취임 16일 만에 고개를 숙였다. 몇몇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드러난 다음이었다.
2017년 5월 26일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송구한 마음과 함께 이해를 구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대선 기간 중 제시했던 공직진입 원천 저지 5대 원칙(병역면탈 ·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을 수정하겠다며 임종석은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국민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사죄했다.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관련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덧붙이긴 했다. 보수 인사들의 탐욕적 반칙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광흥창팀이라는 대선 사조직팀으로 도배된 ‘문재인 청와대’와 지금 용산도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성남라인’으로 도배된 대통령실에선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 조차 못하는 게 사고(事故)다.
● ‘이재명 변호인’ 출신 비서관이 인사검증?
장관 후보자 지명을 대통령이 철회하는 건 ‘인사 참사’다. 인사 실패, 검증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때도 2019년 자녀 ‘황제 유학’ 논란을 빚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며 청와대는 “후보자의 거짓답변이 철회 사유”라고 굳이 강조했다. 그때도 야당에선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경질하라며 부실 검증 책임을 질타했었다.
문 정권과 비교하면 이 정부는 참으로 당당하고 오만하다(윤 정권과는 비교도 말기 바란다). 아무리 국민의힘이 이 지리멸렬하다지만 국민까지 지리멸렬하게 보는 게 아니라면 이해가 안 된다. 인사 기준도 없고(‘친명 결사옹위’가 기준이라면 할 말 없음) 후보자의 거짓 해명에 도 관대하기 짝이 없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맡는 민정수석실은 봉욱 민정수석 빼곤 거의 ‘이재명 변호인’ 비서관인 ‘성남 로펌’ 수준이다. 인사검증을 도맡는 공직기강비서관은 지금껏 수사 감찰 경력이 있는 인사들이 주로 해왔는데 83년생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 출신이다. 이 대통령과 그 주변의 사법리스크나 언행으로 볼 때, 어디까지 괜찮다고 검증해야 할지 몹시도 헷갈리지 싶다.
● 이 정부 인사기준은 친명-충성인가
신임 인사혁신처장 최동석 임명은 이 정권 인사 원칙을 시사한다. 자기 유튜브 채널에 ‘오광수 민정수석 낙마와 그 의미: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 7대 기준이라는 멍청함’이라는 영상을 올렸고(지금은 볼 수 없다) 22일 국회에선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인사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건 옳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427회국회(임시회) 제4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튜브를 찾아보니 그는 대선 이 대통령에 대해 수시로, 상상초월의 극찬을 아끼지 않아온 인사였다. “인사조직 전공자로서 아, 우리 민족이 이런 사람을 정치인으로서 발굴해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민족의 축복”이라며 “앞으로 잘 써야 한다. 장기적으로 좀 오랫동안 집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5년으로는 부족하다”는 말까지 하였다. 최동석의 인사‘혁신’처장 임명이야말로 ‘이 정부에선 이래야 출세할 수 있다’는 혁신적 기준을 제시한 것인지 모른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율은 2025년 7월 첫째 주 65%가 정권 최고치일 수 있겠다는 슬픈 예감이 든다(한국갤럽 7월 둘째 주 63%→셋째 주 64%). 대통령은 인사기준으로 충직함과 유능을 강조했으나 당장 드러난 인사만 봐도 유능은 모르겠고, 보스에 대한 충직함만 선명할 뿐이다. 이런 인사를 계속하면서 사과는커녕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 없다는 대통령실의 오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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