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에 수학적 사고법 적용… 임계점 넘기면 자극 급격히 가속
혼자보다 운동에 흥미 느끼게 돼
상호작용 통해 변화의 패턴 분석… 감염병 확산-백신 접종률 등 예측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데이비드 섬프터 지음·고현석 옮김/388쪽·2만3500원·흐름출판
혼자 운동할 때보다 여러 명이 ‘러닝 크루’를 만들어 달리면 더 꾸준히 운동할 확률이 높다. 일정 인원을 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면 서로 운동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운동 습관을 유지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의 저자는 “단순한 수학적 규칙으로 복잡한 인간 삶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아일보DB
‘운동 메이트’가 있으면 혼자 할 때보다 운동을 포기할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한다. 특히 친구 한 명보다는 여러 명이 운동 모임을 꾸릴 때 건강한 습관이 더 쉽게 형성된다. 처음엔 억지로 따라나섰던 이도 점차 단체 채팅방에 ‘인증샷’을 올리며 운동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이런 변화는 일정 수준의 자극이 임계점을 넘었을 때 급격히 가속되는 ‘티핑 포인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 응용수학과 교수인 저자는 “5명이란 임계점을 넘어서면 서로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주며 운동 모임의 효과를 어렵지 않게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관계와 식생활, 습관 등 삶 전반에서 “수학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하는 책이다. 책에는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이 등장한다. 숫자와 데이터를 통해 의미를 읽어내는 ‘통계적 사고’와 집단 안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패턴을 분석하는 ‘상호작용적 사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주목하는 ‘카오스적 사고’, 그리고 이 세 가지를 통합한 ‘복잡계적 사고’다. 저자는 수학 모델을 바탕으로 단순한 규칙이 어떻게 현실의 복잡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를 차분히 풀어낸다.
통계적 사고는 좋은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객관적 근거가 된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의 엘리사베트 크바비크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영국에서 4886명을 추적 조사해 습관과 사망률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밝혀냈다. 흡연과 과음, 운동 부족, 채소 및 과일 섭취 부족이라는 네 가지 나쁜 습관을 모두 갖춘 사람은 20년 내 사망 확률이 15%에 이르렀다. 반면 이런 습관이 없는 사람은 사망률이 5%로 떨어졌다. 좋은 생활 습관을 갖춘 이들이 무조건 오래 산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그럴 개연성은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상호작용적 사고법은 집단 내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패턴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감염병처럼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예측하고, 확산 방지에 필요한 백신 접종률을 계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카오스적 사고는 예측 자체의 한계를 인식하고, 변화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관점을 제공한다. ‘나비 효과’가 그 대표적 예다. 복잡계적 사고에 이르면, 인간의 삶처럼 복잡하게 얽힌 현상도 수학적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통찰을 얻게 된다.
논리와 수학을 삶의 도구로 사용하는 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수학에 기반한 단순한 원리가 숨겨져 있다”는 저자의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지혜를 마주하게 된다. 자연의 순환성을 수학으로 설명한 미국인 수학자 알프레트 로트카(1880∼1949),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기여한 마거릿 해밀턴(89) 등 수학적 사고로 업적을 이룬 인물들의 이야기도 풍성하다. 수학이 모든 질문에 해답을 주는 건 아니지만 합리적 결정을 위한 사고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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