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사자와 ‘사자원숭이’… 동물원은 시험 중1924년 7월, 창경원 동물원에는 서인도 출신 ‘사자원숭이’(獅子猿) 한 쌍과 함께 젊은 사자 두 마리도 새로 들어왔다. 사자원숭이는 얼굴과 꼬리에 사자와 닮은 털이 나 있어 이름 붙여진 동물로, 한 쌍에 150원가량이라 전해졌지만, 아직 시험 양육 중이었다. 새 사자들은 일본 유전(有田) 동물원에서 이송된 두 살 된 개체로, 만약 적응에 성공하면 기존의 늙은 사자 두 마리에 1,500원을 더 얹어 교체할 계획이었다. 기존 사자 가족은 아버지가 죽고 어미(14세)와 딸(8세)만 남은 상황이었다.
● 창경원은 봄 소풍 1번지, 동물들도 봄앓이1933년 4월, 창경원은 서울 시민의 봄맞이 행락지로 인기를 끌었다. 진달래, 개나리와 함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 하루에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창경원을 찾았다. 코끼리, 호랑이, 곰, 사자 등 동물들 또한 ‘봄의 안타까움’을 참지 못해 하염없이 울타리 너머를 내다보며 몸을 비볐다. 원앙과 두루미는 물 위에서 춤을 추었고, 잔디밭에는 푸른 새싹이 솟았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봄을 즐긴 그 풍경은 창경원의 대표적 장면이었다.
● 호랑이의 비극, 창경원 첫 사고그러나 창경원 동물원이 항상 평화로운 곳은 아니었다. 1933년 3월 30일, 창경원 호랑이가 우리에 너무 가까이 접근한 6세 아이를 할퀴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는 평안남도에서 상경한 가족의 아들 김태하로, 어머니와 함께 호랑이를 구경하다가 다가선 순간 변을 당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를 구하려다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창경원 개원 이래 최초의 중대한 참변이었다.
● 겨울 코끼리, 서민보다 따뜻한 방에1957년 겨울, 창경원의 코끼리는 유리문으로 둘러싸인 스팀 난방실 안에서 월동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겨울 추위에 떨고 있었지만, 코끼리는 따뜻한 방에서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은 어딘지 쓸쓸하고 추워 보였다고 당시 신문은 전했다. 한편, 같은 시기 북극곰은 오히려 생기를 발산하며 활발하게 우리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 미군 장군이 기증한 곰, 창경원으로1955년 4월, 미극동지상군 총사령관 테일러 장군은 자신이 기르던 3살 된 수컷 곰 한 마리를 창경원에 기증했다. 간단한 기증식에는 미군과 서울시장이 참석했고, 8군 군악대와 의장병이 동원되며 의식은 장식되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창경원의 재건에 보탬이 되고자 한 기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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