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1925년 8월 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여름 풍경입니다. 사진 설명은 단 한 단어, ‘맴맴’입니다. 매미채를 든 아이가 나무에 붙은 매미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보조로 나선 왼쪽 아이는 형에게 자신이 발견한 매미를 알려주듯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맴맴. 1925년 8월 4일자 동아일보
사진은 ‘방학’이라는 시간의 의미를 떠올리게 합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방학식과 개학날 풍경은 신문과 방송의 단골소재였습니다. 방학은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 가족의 품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의미했고 그래서 부모들에게는 방학의 시작과 끝은 중요한 정보였을 겁니다.
곤충채집은 방학의 대표적 숙제 중 하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비, 사슴벌레, 매미를 채집해 나무 상자에 핀으로 고정하고 알코올로 방부 처리하던 작업이 떠오릅니다. 개학직전 허겁지겁 잡아 온 곤충 중 하나가 살아서 기어 나왔던 일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시절의 방학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의 방학을 함께 책임졌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시골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서 긴 시간 동안 머물다 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사촌형들과 물고기를 잡고 원두막에서 수박을 먹으면서 말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낯설기만한 풍경입니다.
● 자연도 어른도 없는 여름, 새로운 방식의 배움
에어컨과 와이파이, OTT 없는 시골집으로 방학을 보내러 떠나는 아이는 드뭅니다. 부모들도 그런 스케줄을 제안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니까요. 곤충채집이나 야외놀이 대신 실내에서의 디지털 활동이 방학을 채우고 있습니다. 자연과 어른들이 함께 아이를 키우던 시대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방학 풍경이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시대는 달라졌고, 아이들의 성장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자연 대신 디지털 세상에서 배우는 것도 새로운 배움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것인지, 아이들에게 남겨주는 방학의 기억이 어떤 모습일지, 백년 전 매미를 쫓던 아이의 사진을 보며 질문을 던져봅니다.
1970,80년대부터 동아일보 사진 DB 속에 저장된, 방학 풍경 몇 장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여러분의 방학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있으신가요?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유년시절을 함께 나눠주세요.
자연풀- 방학을 맞은 시골 어린이들이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를 피해 봇둑아래서 시원한 물을 맞고 있다. 도시의 콩사물 시루같은 풀장이 전혀 부럽지 않은 봇둑아래서는 시원한 봇물이 등을 두드려주어 좋고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 방학숙제 걱정도 없진 않지만 봇둑에 나온 어린이들은 올 여름내내 이곳에서만 놀고싶다. 보은=김녕만 기자. 1981년 7월 30일. 동아일보 DB
하늘을 훨훨…곡마단 곡예사들의 도약을 본뜬 간이 `트램펄린`이 동네공터 등에 등장,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다. 10분에 1백~2백원씩 받는 이 놀이에 한번 빠져들면 어린이들은 30~40분씩 계속 뛰노는데 이 `트램펄린`은 행상들이 이 동네 저동네로 끌고 다닌다. 강서구 신월동에서 홍석희기자. 1983년 7월 27일. 동아일보 DB.
장마속 피서출발
작년에 비해 여름방학이 조금 앞당겨 실시되자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 여름방학을 이용, 가족들과 함께 휴가여행을 가는 꼬마들로 크게 붐비고 있는 17일 오전의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풍경. 박경모 기자. 1991년 7월 17일. 동아일보 DB.
서울시가 지난 2024년 4월 도입한 ‘광화문 AI해설사’ 서비스 홍보를 위해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AI해설사 스탬프 투어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핸드폰으로 QR 코드를 촬영하면 포인트별로 해설을 들을 수 있고 8개 이상 스탬프를 모으면 선물을 받는다. 한 학생이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다. 2024년 7월 30일 변영욱 기자. 동아일보 DB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