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전 야구 경기, 관중들은 어떻게 점수를 확인했을까?[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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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사진 No.135

어젯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한화 이글스를 꺾고 202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을 차지했나요? 1982년 3월 창설된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 온 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이자 문화가 되었습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에서는 100년 전 한반도에서 펼쳐진 야구 경기를 기록한 사진 몇 장을 소개합니다. 미국팀을 상대로 일본팀과 조선팀이 각각 경기를 했었었네요. 조선팀은 경기를 앞두고 야구 좀 하는 사람들을 급히 모아 팀을 꾸렸다는 재밌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팀(C)과 서울연합팀(S)의 경기 결과를 보여주는 스코어보드판 사진도 있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두 명의 신사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1925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 7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1925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

경기 사진을 하나 보겠습니다. 다른 경기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1925년 10월 25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사진설명은 “ 미국 시카고대학과 일본 보즈카 야구전 - 어제 경성운동장”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2루 도루를 하던 선수가 아웃되고 있습니다. 질주를 했던 흔적이 흙먼지가 보여줍니다. 뒤편에 있는 심판이 아웃을 손짓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사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순간포착’이 놀랍습니다. 기자가 선수들 바로 옆에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원근의 묘사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것으로 보아 사진을 선수들 바로 옆에서 찍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홈플레이트 뒤나 덕아웃쪽에서 망원렌즈로 촬영합니다만 그 때는 망원렌즈가 없는 대신 선수들 바로 옆에서 카메라맨이 있었었네요. 경기를 어떻게 진행했을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날 경기는 2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미국팀과 일본팀과 경기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득점
안타
실책
볼넷
삼진
시카고대(미국)
9
7
3
4
3
보즈카(일본)
6
4
6
7
4


당시 야구 경기를 신문은 어떤 방식으로 보도했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사진과 함께 신문에 실렸던 당시 기사(1925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 7면)를 지금의 언어로 변환시켜 보았습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 야구팀과 서울연합팀의 경기입니다.

■ 市軍의 맹타(猛打)와 철통 같은 수비(守備)
결국 11대 2로 전(全)경성(京城) 패배
산해(山海)의 관중이 운집한 성황 속에 끝난
조선체육회 주최, 본사 후원 국제적 야구전(野球戰)

멀리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거쳐, 천리길을 달려 조선 경성에까지 원정 온 미국 시카고(市俄古)대학 야구단이 조선인 대표팀 전경성과 맞붙었다.
이번 국제 대야구전은 조선체육회 주최,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지난 28일 오후, 훈련원 경성운동장에서 성대히 열렸다.
서울에서 국제 경기가 열린 것은 약 3년 전 미국 직업야구단과의 시합 이후 두 번째였다.
더욱이 이번에 온 시카고대학 팀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강팀이라, 대중의 관심은 대단하였다.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오후 두 시쯤에는 운동장 안팎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금풍(金風)이 산뜻이 부는 가을 하늘 아래, 체육회기와 본사기가 교차하며 펄럭였고, 청명한 석양빛이 경기장에 비쳐 운동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날씨였다.
오후 한 시경, 우리 전경성군이 감색(紺色) 유니폼을 입고 서상국(徐相國) 주장의 인솔 아래 자동차를 타고 도착하자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뒤이어 시카고군도 일본 와세다대 야구부원 석정(石井)의 안내를 받아 입장하여 맹렬히 연습을 시작했다.

■ 경기 개요
오후 3시 15분, 구심 석정 씨의 “플레이!” 구호가 울리고, 이어 이상재 씨의 시구식이 있었다.
3시 17분, 우레 같은 박수 속에서 전경성군(全京城軍)의 선공(先攻)으로 대야구전의 막이 올랐다.
우리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6회 초, 이영민(李榮敏)의 2루타를 시작으로 시카고군의 철벽 수비를 뚫고 귀중한 2점을 올렸다.
이때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함성과 눈물이 교차했다.
비록 최종 스코어는 11대 2로 전경성의 패배였으나, 기백과 투지에서는 오히려 승리했다고 할 만했다.
멀리 미국에서 온 스포츠맨들도 우리 선수들의 용감한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시합 경과 요약
1회: 시카고군이 먼저 3점을 득점.
2회: 시카고군 추가 3점.
3회: 다시 2점을 더하며 점수 차를 벌림.
6회: 전경성군 이영민의 2루타와 마춘식(馬春植)의 안타로 2점 만회.
7회 이후: 시카고군이 다시 3점을 추가.
최종 결과: 시카고대 11 - 전(全)경성 2

■ 경기 후 소감 (운동기자 논평)
시카고대 야구단은 미국 대학 중에서도 일류 강팀이며, 전경성군은 조선 야구계의 정예를 급히 모은 팀이었다.
강적과의 대전이라 결과는 예측된 바였으나, 관중의 관심은 “과연 몇 점 차로 질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전경성군은 급조된 팀이라 호흡이 완벽하진 않았으나, 수비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주장 서상국은 와세다 선수 시절 이후 이런 대경기에 처음 나섰으나, 노련미는 다소 부족해도 투지는 넘쳤다.
타격에서는 초반 5회까지 뚜렷한 진출이 없었으나, 6회 초 2점을 뽑은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투수 김수영(金壽永)은 변화구를 섞어 비교적 좋은 성적을 보였다.
비록 강타를 막진 못했으나, 일본인 전경성군보다 나은 성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록 9점 차의 패배였으나, 정정당당히 싸운 패전이라 할 만했다.
수비력은 시카고군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도 소개합니다. 신문의 2개 면에 큰 크기의 기사와 사진을 배치할 만큼 당시 큰 관심을 모았던 모양입니다.

1930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 7면

사진을 좀 키워보겠습니다. 투수의 공이 날아오는데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포수와 심판 그리고 타석에 선 타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1930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 7면


아래 사진은 구름 관중이라고 할 만큼 많은 시민들이 신기한 듯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입니다. 양팀 주장이 경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작은 사진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1930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 6면


오늘은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야구 사진이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의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점이 보이시나요? 특히 100년 전 스코어보드판 사진에 대해 아시는 내용이 있으시면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상식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이 꼭 한국시리즈를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한국프로야구#한국시리즈#조선야구#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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