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軍의 맹타(猛打)와 철통 같은 수비(守備)결국 11대 2로 전(全)경성(京城) 패배
산해(山海)의 관중이 운집한 성황 속에 끝난
조선체육회 주최, 본사 후원 국제적 야구전(野球戰)
멀리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거쳐, 천리길을 달려 조선 경성에까지 원정 온 미국 시카고(市俄古)대학 야구단이 조선인 대표팀 전경성과 맞붙었다.
이번 국제 대야구전은 조선체육회 주최,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지난 28일 오후, 훈련원 경성운동장에서 성대히 열렸다.
서울에서 국제 경기가 열린 것은 약 3년 전 미국 직업야구단과의 시합 이후 두 번째였다.
더욱이 이번에 온 시카고대학 팀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강팀이라, 대중의 관심은 대단하였다.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오후 두 시쯤에는 운동장 안팎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금풍(金風)이 산뜻이 부는 가을 하늘 아래, 체육회기와 본사기가 교차하며 펄럭였고, 청명한 석양빛이 경기장에 비쳐 운동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날씨였다.
오후 한 시경, 우리 전경성군이 감색(紺色) 유니폼을 입고 서상국(徐相國) 주장의 인솔 아래 자동차를 타고 도착하자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뒤이어 시카고군도 일본 와세다대 야구부원 석정(石井)의 안내를 받아 입장하여 맹렬히 연습을 시작했다.
■ 경기 개요오후 3시 15분, 구심 석정 씨의 “플레이!” 구호가 울리고, 이어 이상재 씨의 시구식이 있었다.
3시 17분, 우레 같은 박수 속에서 전경성군(全京城軍)의 선공(先攻)으로 대야구전의 막이 올랐다.
우리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6회 초, 이영민(李榮敏)의 2루타를 시작으로 시카고군의 철벽 수비를 뚫고 귀중한 2점을 올렸다.
이때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함성과 눈물이 교차했다.
비록 최종 스코어는 11대 2로 전경성의 패배였으나, 기백과 투지에서는 오히려 승리했다고 할 만했다.
멀리 미국에서 온 스포츠맨들도 우리 선수들의 용감한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시합 경과 요약1회: 시카고군이 먼저 3점을 득점.
2회: 시카고군 추가 3점.
3회: 다시 2점을 더하며 점수 차를 벌림.
6회: 전경성군 이영민의 2루타와 마춘식(馬春植)의 안타로 2점 만회.
7회 이후: 시카고군이 다시 3점을 추가.
최종 결과: 시카고대 11 - 전(全)경성 2
■ 경기 후 소감 (운동기자 논평)시카고대 야구단은 미국 대학 중에서도 일류 강팀이며, 전경성군은 조선 야구계의 정예를 급히 모은 팀이었다.
강적과의 대전이라 결과는 예측된 바였으나, 관중의 관심은 “과연 몇 점 차로 질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전경성군은 급조된 팀이라 호흡이 완벽하진 않았으나, 수비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주장 서상국은 와세다 선수 시절 이후 이런 대경기에 처음 나섰으나, 노련미는 다소 부족해도 투지는 넘쳤다.
타격에서는 초반 5회까지 뚜렷한 진출이 없었으나, 6회 초 2점을 뽑은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투수 김수영(金壽永)은 변화구를 섞어 비교적 좋은 성적을 보였다.
비록 강타를 막진 못했으나, 일본인 전경성군보다 나은 성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록 9점 차의 패배였으나, 정정당당히 싸운 패전이라 할 만했다.
수비력은 시카고군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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