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경기 용인 에버랜드 정문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인 신원리 향수산. 14만여 제곱미터(4.4만평) 부지에 은행나무 약 3만 그루가 심어져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 군락지다. 숲 전체의 땅바닥이 온통 노란색 단풍이 바다를 이루고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황금빛 비가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1970년대에 산림녹화를 위해 이 곳에 밤, 복숭아, 호두, 은행 등 유실수 나무를 심었습니다. 1979년 겨울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기록적 한파에 수만그루가 동해(凍害)를 입어 고사했고, 은행나무만 살아남았죠. 그래서 밤나무 고사 지역에 은행나무 3만주를 집중적으로 심었고, 그래서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은행나무숲이 탄생했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향수산 자락에 오밀조밀 뿌리 내린 수많은 은행나무들은 햇볕을 더 받기 위해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듯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나간 모습이다. 약 5km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를 통해 은행나무숲길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고, 중간중간 앉아 쉴 수 있는 나무의자와 명상장, 그래고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은행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목록에서 ‘멸종위기종(EN, Endangered)’으로 지정돼 있다. 종자로 후손을 퍼뜨리는 은행나무는 새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은행 열매를 먹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서식지가 확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유교문화권에서만 은행나무가 흔하고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인 셈이다.
포레스트 캠프에서 진행하는 숲 명상과 요가.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올 가을에는 개인 신청자도 참여할 수 있는 ‘비밀의 은행나무숲’ 산책 프로그램을 이달 10일까지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은행나무 숲 치유 체험과 함께 인근 호암미술관 관람도 포함돼 있어 인기가 높다. 매주 금토일에 하루 3회(회당 최대 30명) 참여할 수 있는데, 18일 에버랜드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참가자 모집은 오픈런이 벌어져 2분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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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20:33:22
노란색으로 길을 포장해 놓은 것 같이 아름답다. 은행나무가 침엽수라는 걸 처음 알았네. 소나무나 잣나무 이런 종류만 침엽수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