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경북 의성과 안동, 청송, 영덕, 하동 등 영남권 대형산불로 수많은 피해와 사상자가 발생했고,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맘 때쯤 전국의 여행객들을 불러모을 수많은 봄꽃 축제도 잇달아 취소되고 있습니다. 산불은 직접적인 피해도 있지만, 이처럼 수년간 지역 관광과 경제에도 2차적인 피해를 주게 되는데요. 올해 1월 대형산불 재난을 맞았던 미국 LA의 경우는 이 재난을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LA는 지역경제에 중요한 관광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LA 관광청의 돈 스키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지난달 24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돈 스키오 LA관광청 최고마케팅 책임자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LA관광청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계신데요. “예 저는 LA관광청에서 14년간 마케팅 총책임자(CMO, Chief Marketing Officer)로 근무했습니다. 이전에는 펩시, 베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유니버설 스튜디오, 텔레플로라(Teleflora)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마케팅 임원직을 맡았고,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에서는 COO(최고운영책임자)로 근무한 이력도 있습니다. 그 전에 살던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LA의 날씨가 너무 좋아서 LA관광청에서 14년간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제 해외 출장 50번째이자, 아마도 공식 업무로서는 마지막 해외 출장이 될 것 같습니다.”
LAX 공항. LA관광청 제공. - 올해 1월에 LA에 대형산불이 있었는데요. 산불피해 복구와 관광산업의 현황은 어떤가요. “LA산불 사태 이후 전세계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했더니 LA의 약 30% 정도가 산불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산불 피해지역은 LA 카운티의 전체 면적 중 2% 밖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부분 해안가 산악지대인 파사디나, 팰리세이드 등 관광지가 아닌 주거지역이 피해를 입었죠. LA의 도심이나 관광지역과는 거리가 먼 곳들입니다. 물론 적지 않은 곳에서 고급 주거지들이 피해를 입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할리우드 사인. LA관광청 제공 2월말까지 모든 화재현장이 정리됐고, 유해물질도 깨끗하게 치워졌습니다. 많은 여행객들이 LA 산불로 인해 공기가 오염되지 않았을까 걱정하는데요. 미국 대기질 기준협회(EPA)가 측정하는 대기질(AQI)는 오늘 현재 47입니다. AQI는 1에서 500까지 스펙트럼이 나오는데요, 미국 환경보호청 기준으로 1~50 이내는 최고 등급입니다. 제가 오늘 아침 숙소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남산 순환도로를 걸으면서 운동을 했는데요. 직접 재보니 208로 측정이 되더군요(미세먼지가 있는 날이었음). 현재 관광관련 모든 시설이 모두 100% 운영중입니다. LA에는 관광업계에 총 54만300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계속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저희가 적극적으로 해외를 돌아다니며 관광홍보를 하고 프로모션을 하고 있습니다.“
게티 빌라. LA 관광청 제공 - LA 베버리힐스 주택가나 할리우드, 게티미술관이 화재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도 있었는데요. 괜찮은가요? “화재가 났을 때 수많은 루머가 많았습니다. 산불이 난 피해지역은 주로 해안가 산악지대였습니다. 할리우드나 그리피스 천문대, 베벌리힐스 등 LA 다운타운이나 관광명소에는 산불피해가 없었습니다. 게티 미술관(Getty Museum)에도 산불피해는 없었고, 해안가 지역에 있는 게티 빌라(Getty Villa)만 임시휴관 상태입니다. 임시휴관인 이유는 인근 지역 피해 주민의 이동을 도우려 퍼시픽 하이에이 진입이 불가능한 것 때문입니다. LA는 현재 안심하고 여행 오셔도 좋습니다.”
“화재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많은 기부행사가 펼쳐졌어요. 현지 주민들 뿐 아니라 기관들, 할리우드 연예인들까지 적극 참여했지요. 예를 들면 LA관광청이 했던 ‘다인(Dine) LA’ 행사에서는 매년 레스토랑 위크로 2월에 열렸던 행사였는데요. 캠페인에 참여한 400여개의 레스토랑에 가는 손님들의 예약 1건당 5달러씩 기부가 됐어요. 그리고 뱅크오브캘리포니아(Bank of California)가 매칭 펀드를 해서 관광청에서 미국 적십자에 기부를 했습니다. 산불복구 기금마련을 위한 수많은 콘서트도 열렸고, 호텔의 경우 피해자들에게 방을 내주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유명인들도 직접 나서서 기부활동에 앞장서 화재 복구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도 화재로 집을 잃은 지인 가족을 위해 집의 방을 내주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지역사회와 LA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빠르게 피해복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LA의 근본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산불 회복을 향한 더욱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는 캠페인이 됐습니다. 원래는 2월 3일에 공개하려던 계획을 3월 3일로 살짝 미뤘는데요. 전세계인들에게 보내는 LA의 러브레터 같은 컨셉입니다. 1984년 LA 올림픽 주제가였던 랜디 뉴먼의 “I Love LA”에서 착안한 캠페인인데요. 이 노래는 LA다저스의 응원가이기도 해요. LA에 사는 유명한 로컬 주민들이 등장하는데요. 매직 존슨과 아티스트 미스터 카툰 같은 명사들이 직접 참여해 LA의 매력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영상은 한국에서는 5월30일까지 강남대로 포함해 메가박스 영화관 등의 OOH 광고와 네이버와 유투브 등 디지털 광고를 통해 상영될 예정입니다. 메인 메시지는 ‘Everyone is welcome’입니다. 지형적·문화적·인종적 다양성을 모두 포용하는 도시가 바로 LA라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죠.”
인튜이트 돔. LA관광청 제공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는 올해 90주년을 맞습니다. 영화 ‘라라랜드’ 배경으로도 나온 이 천문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천문대 중 하나입니다. 오전 12시 전까지는 주차도 무료이고, 헐리우드 사인까지 하이킹도 즐길 수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곳입니다. 올해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데스티네이션 크랜쇼(Destination Crenshaw)는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공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흑인 예술가들의 벽화와 조각 등으로 1마일 구간이 채워지게 됩니다.“
‘We love La’ 캠페인. LA관광청 제공 - 2026년 FIFA 북중미 월드컵, 2028년 LA 올림픽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앞둔 LA의 주요 관광 프로젝트는?
“LA는 이제 ‘스포츠의 10년(Decade of Sports)”이라고 부를 정도로 굵직한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중심지가 될 예정입니다. 2026년 FIFA 월드컵은 사상 최대 규모인 48개국이 참여하는 대회입니다. LA에서는 8경기가 소파이(SoFi) 스타디움에서 개최됩니다. 특히 월드컵 기간 동안 LA에서는 대규모 팬페스트가 진행됩니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8경기의 입장권이 제한적(총 6만명)이다 보니, 경기 티켓을 구하지 못한 분들도 LA 전역에서 월드컵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야외 응원전을 대폭 확대하려고 해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기를 중계하고, 응원전, 푸드트럭, 체험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축제 분위기를 극대화할 예정입니다. 특히 체류 기간 중에 LA의 박물관, 쇼핑, 음식 문화 등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관광 정보나 할인 혜택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방문객이 경기 뿐 아니라 도시를 살아 있는 축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8년 LA 올림픽은 개막식을 소파이 스타디움과 LA 메모리얼 콜리시움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이 매우 독특합니다. 두 스타디움에서 성화 봉송, 셀럽 퍼포먼스, 국가 입장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입니다. 특히 소파이 스타디움에는 ‘팝업 풀(Pop-up Pool)’이 설치될 예정인데요. 스타디움에 임시로 만들어진 풀에서 올림픽 수영 경기가 펼쳐집니다. LA는 MLB 야구(LA다저스)와 NBA농구(LA레이커스, 클리퍼스), NFL 미식축구(LA램스) 등에서 명문팀이 많습니다. 이번에 LA다저스에 영입된 한국인 선수 ‘김혜성’의 활약도 기대하고 있어요. 김혜성 선수가 ‘넥스트 오타니’가 되길 기원합니다.“
“LA에는 약 33만 5천 명가량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LA 전체 인구의 10% 정도에 달하는 숫자예요. 일본인은 반면 단 6만 5천명만 LA에 거주하고 있죠. 그만큼 한인 커뮤니티가 크고,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도 전반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LA와 부산은 50년이 넘는 자매도시의 인연도 맺고 있고요. LA와 한국은 ‘소울메이트’처럼 서로에게 긍정적 영감을 주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에 LA를 방문한 한국인은 32만 명이었습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대비 99% 정도가 회복됐죠. 올해는 36만 명, 내년에는 41만 명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LA 관광시장에서 한국이 4위였다면, 올해는 영국과 함께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6년에는 한국이 단독 2위(캐나다, 멕시코 제외한 인터내셔널 시장 중)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LA는 미식의 천국인데요. 미쉐린 선정 레스토랑 중 8곳이 한식당일 정도로 한식의 인기도 높습니다.
‘We love La’ 캠페인. LA관광청 제공 한국은 K-드라마, K-팝, 영화 같은 콘텐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LA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미디어 산업을 선도해왔잖아요. 서로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고 소비하는 데 열정이 커서, 최근엔 K-드라마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어요. 또 양국 모두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 상당합니다. LA 아트쇼에서도 한국 작가분들의 작품이 가장 빨리 매진된다고 들었는데, 저 역시 이번에 서울 방문 중에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트페어 ‘언노운 바이브’에 들러 한국 아티스트의 작품 2점을 구매했습니다. “
‘We love La’ 캠페인. LA관광청 제공 - LA관광청에서 마케팅을 총괄해서 맡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신다면.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총괄합니다. 시장 조사를 하고 그걸 베이스로 프로모션을 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광고를 만듭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 중하나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있는 글로벌 사무소를 챙기는 역할도 합니다.
돈 스키오 LA관광청 최고마케팅 책임자.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각국의 시장의 특성에 따라 어떤 도구를 써야할지 전략이 달라집니다. 한국, 일본, 중국의 성향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POET 전략도 달라야합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유니크한 시장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랑 완전히 다른 전략을 써야해요. 한국은 특히 디지털이랑 소셜미디어의 활용도와 영향력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케팅 타겟도 이걸 많이 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합니다. LA로 오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점점 더 젊어지고 디지털 트렌드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모든 커넥션이 이뤄지는 사람들입니다. 예전에는 LA에 오는 사람들이 패키지 투어를 많이 했다면, 요즘에는 각자 스마트폰의 정보를 갖고 자유롭게 찾아다니는 FIT(개별여행)이나 PIT(Partial Independent Traveler) 여행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앱이나 소셜 채널을 통해 LA 현지 정보·할인·이벤트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LA다저스 스타디움. LA관광청 제공- 매우 흥미롭네요. 예를 들면 일본이나 중국은 어떤 POET 전략을 쓰나요.
“예를 들어 일본은 야구를 너무 좋아합니다. 일본인들에게 오타니 쇼헤이는 신(God)이예요. LA에 일본인들을 위한 ‘오타니 투어리즘’ 생길 정도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엔 상품개발부터 광고도 다 야구 등 스포츠를 매개로 진행됩니다.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개막전이 지난해엔 한국에서 열렸고, 올해는 일본 도쿄에서 열렸어요. 그래서 야구 경기장에서 LA관광에 대한 홍보도 진행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LA 홍보 캠페인을 딱 2주 동안만 MLB시리즈에서 집중해서 했고, 한국은 4~5월까지 3개월 동안 강남대로 전광판과 영화관을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LA에 있어서 한국 시장이 훨씬 크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과는 현재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홍보전략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