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이트 DDP는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iF, Red Dot, IDEA)에서 잇단 수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DDP가 꼽히기도 하죠. ‘서울라이트 DDP ‘는 봄과 가을에 주로 열렸는데, 올해 처음으로 ’여름‘ 시즌이 개막했습니다.
7월 31일 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5 서울라이트 DDP 여름’ 개막 행사가 열렸는데요. 한복패션쇼가 진행된 개막식을 포함해 이날 하루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이 6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네요. 8월10일까지 매일 저녁 8~10시까지 DDP 곳곳에서 펼쳐지는 조명쇼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서울라이트 DDP’는 그동안 도로에서 바라보이는 222m에 이르는 DDP 비정형 외벽 중심으로 미디어파사드 형식으로 진행됐는데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청계천 오간수문과 한양도성 성벽에서도 조명쇼가 시도됐습니다. 한양도성 앞 잔디반에 물방울 조형물이 놓여 있고, 성벽에 폭포가 흘러내리는 미디어아트가 펼쳐지고, 그 앞을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패션쇼를 하는 그림같은 장면이 개막식에서 펼쳐졌습니다.
올여름 미디어아트 주제는 ‘TIMESCAPE: 빛의 결’입니다. 미디어파사드 예술은 DDP 건물 뿐 아니라 뒷편 공원과 서울성곽, 오간수문까지 확장했습니다. 외계에서 내려온 우주생명체를 닮은 DDP는 조선의 숨결이 흐르던 하천 주변에 미래 도시의 곡선이 내려앉아 있는 형태입니다. 동대문 주변에는 한양도성 성벽이 있었고, 청계천 물길은 성벽 아래 ‘오간수문(五間水門)’을 통해 중랑천으로 흘러갑니다.
1910년대의 오간수문 모습 조선 태종 5년(1405년)에 건설된 오간수문은 한양 도성 바깥으로 청계천 물이 빠져나가도록 만든 배수문입니다. 청계천 물이 다섯 개의 아치형 홍예문을 따라 흘러나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5개의 아치형 수문은 성벽 아래의 공간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DDP의 매끈하게 흐르는 외벽은 낙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온 한양도성의 곡선미를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조선의 한복과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흔적이 담겨 있는 곡선미이기도 합니다. DDP 내부는 미래적인 전시와 문화예술이 융합되는 공간인데요. 그리고 그 지하에는 아직도 오간수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DDP에서는 역사와 미래, 석재와 알루미늄, 물길과 빛의 흐름이 하나의 장소에서 겹쳐집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축적해온 시간의 밀도가, 동대문이라는 장소에서 겹쳐서 한꺼번에 드러나는 현장입니다. 주변에 있는 낙산 한양도성은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팝 데몬 헌터스’에서 두 주인공이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던 낭만적인 길입니다.
성벽에서는 ‘플루이드 메모리(Fluid Memory)’와 ‘라이트 드롭스(Light Drops)’ 미디어파사드가 펼쳐졌습니다. 총 180개의 미디어 물방울 조형물이 성곽 물길을 따라 흐릅니다. 푸른 빛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꽃이 피자 나비가 날아오르며, 거대한 DDP 외벽 전체를 감싸는 미디어아트도 펼쳐집니다.
구경 온 시민들이 바라보는 모습도 멀리서 보니 예술 설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크사베리 컴퓨터리의 ‘Flux’라는 작품인데요. 폭포수 같은 조형물은 온라인 소통 속 알고리즘을 시각화한 몰입형 미디어설치 작품이라고 하네요. 리듬 인 포그(Rhythm in Fog)는 DDP 주변의 물이 흐르는 것을 상징화한 작품으로 물과 빛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이날 한복을 입고 등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K-팝이 글로벌 음악차트를 석권하고 한국 관광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DDP에서 전통미와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행사가 열려 감회가 더욱 새롭다”며 “소프트웨어 강국, 문화 수도 ‘서울’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실 수 있도록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할 기회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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