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할스, 소년 어부, 1638년 경. Royal Museum of Fine Arts Antwerp - Flemish Community. 사진 레익스미술관 제공. 술 취한 사람, 물고기 잡는 어부처럼 평범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그린 프란스 할스의 장르화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풍속화는 네덜란드 그림에 꽤 오래된 전통이기도 합니다.
- 풍속화 같은 일상의 장면, 그러니까 ‘장르화’라고 하죠. 그런 주제는 네덜란드 황금기 회화의 특징이기도 하잖아요. 할스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맞아요. 장르화는 16세기 네덜란드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스는 이런 장르화를 일종의 초상화처럼 그립니다. 이 장르화들은 주문 받은 게 아님에도 초상화처럼 공들여 그려요. 거기서 알 수 있는 건 ‘할스가 이런 평범한 사람들도 아주 진지하게 보고 있다’하는 점입니다.
약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뉘앙스는 있지만 그것이 캐리커처의 수준까지 내려가진 않아요. 그러면서 인물들을 아주 깊이 끌어당겨서 초상화처럼 그리죠. 이 때문에 우리는 그림 속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작게 그리면 감정을 알기 어렵잖아요. 그러니 할스가 소년 어부 같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그럼 할스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런 감각이 있어요. 소년 어부뿐 아니라 다른 그림에서도요. 하지만 21세기 관점에서 따뜻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프란스 할스, 말레 바베, 1640년 경. Staatliche Museen zu Berlin, Gemaldegalerie. 사진 레익스미술관 제공. ‘말레 바베’(할스가 살던 지역에서 유명했던 알콜중독자 혹은 정신이상자를 그린 그림)를 보면 할스는 그녀를 정말로 아름답게 그리지만, 어깨에 부엉이를 놓았어요. 이 부엉이는 그녀가 ‘바보’(fool)임을 상징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표현은 용납되지 않죠.
그러니까 할스는 17세기 사람이었고, 이 시대에 바보는 바보라고 놀림 받았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 시대의 맥락에서 있는 따스한 감성은 느낄 수 있죠.
‘북치는 남자’(the Rommel-Pot Player)의 주인공도 정신 장애가 있는 인물이거든요. 그를 둘러싼 아이들은 즐겁게 웃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바보를 에워싸고 놀리고 있는 거기도 해요. 그러니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죠.
- 그러니까 장애인을 향한 짓궂은 농담도 담겨 있는 거군요.
그렇죠. 그럼에도 인물들의 얼굴은 매우 아름답게, 공을 들여 그렸어요. 21세기의 관점을 할스가 알 수는 없었겠죠. 그럼에도 시대를 뛰어 넘는 가치나 휴머니티, 이런 것을 할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오래 전 그림 앞에 서면 그것이 가진 수백 년 수천 년의 세월에 내가 작아지는 걸 느껴요.
그런데 동시에 (아주 사소한 아기의 손짓처럼)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무언가가 있고, 나도 그걸 갖고 있으며, 내 뒤로도 그게 이어질 것임을 알면 다시 내가 큰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프란스 할스, 북치는 남자(the Rommel-Pot Player), 1620년 경, Kimbell Art Museum, Fort Worth, Texas. 사진 레익스미술관 제공.
- 전시된 모든 작품이 각자의 매력이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저한테 가장 감동을 준 작품은 ‘유모와 함께 있는 카타리나 호프트’에요. 할스가 아주 감각적인 사람임을 보여주는 그림이거든요. 또 인간적이고 친밀한 감성이 드러나는데, 결국 이런 것이 제 취향엔 맞는 것 같아요. 전시된 작품 중 하나를 집에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작품을 선택할 거에요.”
- 아기가 입고 있는 옷의 디테일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것도 있지만, 아기의 부드러운 미소와 손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에요. 아이와 유모가 서로 친하고 가까운 관계임을 알 수 있지만, 한편으로 아기는 유모를 손으로 밀어내고 있어요. 실제로 어린 아기들은 이런 행동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기가 입은 화려한 옷이나 장신구는 17세기의 것이지만, 두 사람의 눈길과 손짓은 인간이라면 수백 년이 지나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 감동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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