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니콜라 부리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시를 만드는 것과, ‘팔기 위해’ 전시를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맥도날드와 훌륭한 맛집(good gastronomic restaurant)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맛집은 돈을 버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죠. 남들과 다른 음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은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죠.”
올해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프랑스 출신 유명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를 만났습니다.
‘관계의 미학’ 등 저서로 국내 미술인들에게도 익숙한 이론가이자 파리의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의 공동 설립자로 기관장을 지냈습니다.
그가 2005년 감독한 리옹 비엔날레에는 관객이 50만 명이나 방문하면서 화제가 되었죠.
최근 10년간은 이스탄불 비엔날레, 타이베이 비엔날레 등 유럽 밖 지역에서도 전시 감독을 맡으면서 ‘비엔날레 전문 큐레이터’라는 인상도 받곤 합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광주까지 오게 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참여 작가를 발표하면서 전시의 대략적 윤곽도 공개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맥스 후퍼 슈나이더 ‘트랜스퍼 스테이션, 해머 프로젝트’(2019). 해머뮤지엄 전시 전경. 사진: 작가 및 소속 갤러리 제공그렇다면 전시의 내용은 어떻게 펼쳐질까? 전시 서문과 부리오가 밝힌 내용으로 유추하면 판소리보다는 인류세, 기후 변화 등 그간 국제 미술계가 주목해 온 주제가 더 주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섹션, 1) 라르센 효과(Larsen Effect, 두 음향 기기가 너무 가까워서 나는 굉음) 2) 폴리포니(Polyphony, 다성음악) 3) 원초적 소리(Primordial Sound)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마치 도시처럼 너무 많은 것들이 한 곳에 놓인 밀도 높은 공간을 제시하고, 그다음은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를, 그다음은 분자와 우주를 탐구합니다. 좁은 곳에서 시작해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구성인데요.
첫 번째 영역을 고밀도의 공간으로 구성한 이유에 대해 부리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이 기후 변화의 가장 눈에 띄는 결과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숲이 사라지고, 또 야생 동물이 인간과 접촉하면서 신종 전염병이 생기기도 하죠.
에베레스트산을 올라도 사람의 흔적이 있잖아요. 야생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지금의 현상을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이처럼 기후 변화가 일으킨 지구라는 공간의 변화, 또 국가 간 정치적 상황으로 발생하는 경계와 분쟁, 여기서 소외되는 다른 형태의 생명체들의 목소리 등이 전시의 주제가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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