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관 줄리앙 크루제 개인전, ‘아틸라 폭포. 녹색 봉우리 발치에 있는 그 시작은, 차고지는 달의 눈물로 우리를 담갔던 푸른 심연의 큰 바다로 흘러가리라’(Attila cataracte ta source aux pieds des pitons verts finira dans la grande mer gouffre bleu nous noyâmes dans les larmes marées de la lune). 베니스비엔날레 제공.지난번 뉴스레터에서 독일관을 소개했는데요. 사실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감각적으로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프랑스관이었습니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부드러운 형광의 설치 조형물이 곳곳에 매달려 있고, 귀로는 리드미컬한 타악기가 중심이 되는, 그러나 어딘가 현대적인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코로는 말린 라벤더를 재료로 한, 향수와 약재 그 사이쯤에 있는 향이 느껴졌습니다.
오른쪽 보이는 목조각. 사진: 베니스 비엔날레 제공이를테면 전시장 속 나무 조각은 어떤 면으로 보면 아프리카 목조각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감각적인 마무리로 토속적 요소를 제거해 대도시 어딘가에 놓인 세련된 조각으로도 보이죠. 향과 음악이 내뿜는 이미지도 이러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시의 제목은 ‘아틸라 폭포, 푸른 봉우리 발치에 있는 그 시작은 푸른 심연의 큰 바다로 흘러가리라’. 프랑스어로 읽으면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이어지는 시적인 문구입니다.
프랑스관 줄리앙 크루제 개인전, ‘아틸라 폭포. 녹색 봉우리 발치에 있는 그 시작은, 차고지는 달의 눈물로 우리를 담갔던 푸른 심연의 큰 바다로 흘러가리라’(Attila cataracte ta source aux pieds des pitons verts finira dans la grande mer gouffre bleu nous noyâmes dans les larmes marées de la lune). 베니스비엔날레 제공.
그녀의 신화와 춤을
신화 속 요소를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은 아르세날레 전시장에 마련된 레바논관 작가 무니라 알 솔(46)이었습니다.
프랑스관보다 규모는 작지만 드로잉부터 가면을 모티프로 한 조각, 천정에 걸린 캔버스 회화, 그리고 가운데 배를 활용한 설치까지 약 40여 점으로 알차게 구성한 전시입니다.
레바논관 무니라 알 솔 개인전, A Dance with her Myth. 베니스비엔날레 제공가장 먼저 눈에 띄는 회화 작품에서 바닥에 누운 여인이 소가 그려진 항아리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그림은 레바논과도 연관이 있는 그리스 신화 속 ‘에우로페의 납치’를 작가가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입니다.
‘에우로페의 납치’는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를 흰 소로 변신한 제우스가 꼬드겨 바다를 건너 크레타섬으로 데려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의 등에 올라탄 채 바다로 향하는 에우로페의 모습은 티치아노, 렘브란트 등 미술사에서 수많은 거장이 다루었던 소재입니다.
레바논관 무니라 알 솔 개인전, A Dance with her Myth. 사진: 김민또 가면 모양의 조각 작품은 신화 속 등장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귀걸이로 플라스틱 줄자가 걸려 있거나 테이크아웃 커피잔, 바람개비 등 현대의 오브제들이 매달려 현재와 과거를 섞고 있습니다.
알 솔 역시 크루제처럼 유럽인들이 익숙한 신화에 기대면서 그것을 낯설게 만들며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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