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현장 40년 경험 책으로 냈더니…MZ 후배들과 새 인연 이어져 [내손자 클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30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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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8회
<신봉길 한국외교협회장>

최근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이나 회고록으로 남기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글감이 되는 인생의 자료를 잘 모아두어야 합니다. 글쓰기 고수들의 신박한 인생 기록 비법을 내·손·자(내 손으로 자서전 쓰기) 클럽이 소개합니다.

5월 2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외교협회 대회의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북 콘서트가 열렸다. 신봉길 협회장이 회원과 일반인을 상대로 자서전 쓰기 강좌를 연 것. 교재는 그가 40년 외교관 인생을 책으로 엮어 2023년 5월 펴낸 ‘어쩌다 외교관(렛츠북)’이었다. 2021년 주 인도 한국대사를 끝으로 현직을 떠난 뒤 펴낸 책은 출판계 불황 속에도 2년 만에 4쇄를 돌파했다. 입소문을 타고 그의 성공담이 퍼지면서 이젠 자서전 쓰기 강좌까지 열게 된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외교협회에서 열린 신봉길 협회장의 북토크 장면. 사진제공 한국외교협회.
2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외교협회에서 열린 신봉길 협회장의 북토크 장면. 사진제공 한국외교협회.

“책 출간 이후 외교부나 가천대 등에서 북 토크를 열어 참석한 적은 있었지만 제가 제 북 토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처럼 인생을 글로 남기고 싶은 동료 선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신 회장은 책을 쓰게 된 동기, 책을 쓸 때 염두에 두었던 것, 저술의 구체적 테크닉, 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보람 등을 PPT로 만들어 설명했다. 청중으로 참석했던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은 “과거 통일 현장에 근무하면서 인상에 깊었던 일 등을 엮어 자전적 기록을 책으로 펴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신 회장의 강의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의 삶도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다. 나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생각한 버킷리스트였다”는 신 회장은 우선 “나는 누구인가”라는 개인적 물음에 답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를 거쳐 북핵경수로원전지원기획단특보, 외교부 대변인, 주중 공사, 주요르단대사,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 초대 사무총장, 외교안보연구소장, 주인도대사 등을 거쳤다. 북한대학원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북한학 연구자이기도 하다. 책에는 그 과정의 파란만장한 일화들과 함께 평생을 아들에게 헌신한 아버지와 가문의 이야기 등 농밀한 개인사가 오롯이 녹아 있다.


자서전 집필의 개인적인 동기는 이내 ‘외교관이란 무엇인가? 또 국익에 이바지하는 외교관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답하는 한 차원 높은 사회적 동기로 승화했고 이것이 외교·안보 분야 저술로는 이례적으로 4쇄를 돌파하는 등 독자들의 관심을 끈 흥행 포인트가 되었다.

신 회장은 “특히 외교관을 꿈꾸는 젊은이들, 그리고 외교관 후배들에게 나의 스토리를 전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나의 성공과 실패담을 전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 외교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장차 외교관이 되고 싶은 학생들이나 외교 현장을 뛰는 MZ세대 후배 외교관들을 주요 독자들로 상정했고, 책을 집필하기 전에 친한 후배들을 모아놓고 ‘젊은 외교관 후배들이 선배로부터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하면 그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를 묻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서울대 재학시절 학보인 대학신문사 편집장을 지낸 그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몸에 익혔다. 그는 이를 외교관 경력에도 활용했고 자서전 저술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북핵경수로원전지원기획단특보를 맡아 2002년 3월부터 12월까지 여섯차례나 함경도 신포, 함흥 그리고 수도 평양, 평안북도 향산 등 북한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면서 현지에서 만난 북측 인사와의 대화나 현장 방문 내용을 한 권의 노트에 깨알같이 기록했다. 그는 이 기록의 일단을 책에 인용해 마치 독자들이 현장에 같이 있는 느낌을 준다.

2024년 12월 경북 안동 경안여고 특강 장면. 사진 출처 신봉길 회장 페이스북.
2024년 12월 경북 안동 경안여고 특강 장면. 사진 출처 신봉길 회장 페이스북.

무엇보다 신 회장의 자전적 기록은 은퇴한 외교관인 그와 새롭게 외교관 인생을 시작한 후배들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했다. 4쇄에 걸쳐 3000권을 찍어낸 뒤 외교부뿐 아니라 전국 대학과 고등학교 등에 강사로 초대되어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젊은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출간 첫해 외교부가 주최한 북 토크에는 50명의 좌석이 30분 만에 마감됐다. 전 현직 외교관들이 전화와 이메일로 리뷰를 보내왔다. 모교인 서울대는 물론이고 서울과 안동, 태백 등의 고등학교에도 초대받아 강연했다. 자식이 외교관이 되었으면 하는 학부모들도 연락을 해왔다.

신 회장은 “책을 펴내고 많은 새로운 인연을 맺는 과정이 나를 더 건강하고 젊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책을 보고 찾아온 한 외교관 선배가 “나도 삶을 정리하고 싶어 회고록을 살펴보니 김용식 전 외교장관이 쓴 것이 제일이었고 후배들 것 중에는 신 대사 것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고 했지만 현재 건강이 나빠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힘이 있을 때 펜을 드는 용기도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내손자 클럽#외교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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