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오감자극 전시… 핸즈온-마인즈온-소셜온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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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유산 지킴이들] 〈9〉 ‘어린이박물관 전시’ 이은미-최명림씨
시냇물 소리 나는 스피커 진열 등… 이야기 형식 따라 민속-역사소개
22년간 가족 나들이 핫플로 사랑… 지방 학교-돌봄기관 지원 사업도
“세종 이전땐 유아 전용 전시장을”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1층에 있는 ‘어린이박물관’.

게임형 교육 콘텐츠를 체험 중인 어린이 관람객.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게임형 교육 콘텐츠를 체험 중인 어린이 관람객.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아직 여름방학이 끝나지 않은 학교들이 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어린이들은 시냇물 소리가 나는 스피커에 귀를 직접 대보고, 조선시대 등불이 놓인 진열대 앞에 신기한 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요즘 평일에도 예약 마감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보다 2년 앞선 2003년 개관해, 공공 어린이박물관 중엔 가장 역사가 깊다.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22년 동안 가족 나들이의 ‘핫플’로 사랑받아 온 곳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최명림(왼쪽), 이은미 학예연구관은 “전시를 준비할 땐 ‘어린이를 위한’ 것만큼이나 ‘어린이에 의한’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세우고자 기획 단계부터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최명림(왼쪽), 이은미 학예연구관은 “전시를 준비할 땐 ‘어린이를 위한’ 것만큼이나 ‘어린이에 의한’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세우고자 기획 단계부터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은미 학예연구관(59)과 최명림 학예연구관(53)은 이런 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이 연구관은 1996년부터 30년째, 최 연구관은 12년째 어린이 전시·교육 업무를 맡고 있다.

연구관들에 따르면 어린이박물관 전시는 오감을 자극하는 이야기 형식에 따라 민속과 역사를 접하도록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현재 열리고 있는 ‘달토끼와 산토끼’도 아이들이 신비한 약초를 찾아 떠난 두 토끼의 여정을 좇으며 조선시대 부채 장식 ‘선추’ 등을 익힌다.

이 연구관은 “실제로 체험하며 지식을 얻는 ‘핸즈온(hands-on)’뿐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마인즈온(minds-on)’, 다른 관람객과 교류하며 배우는 ‘소셜온(social-on)’ 기능까지 담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연구관들은 어린이 전시 준비는 마치 아이 돌보듯 끝이 없는 작업이라고 했다. 기획 단계부터 주제에 대한 아이들 의견을 취재하고, 전시장에 둘 동화책도 손수 쓴다. 박물관이 문을 닫은 뒤엔 카펫과 교구까지 직접 쓸고 닦을 정도로 정성을 쏟는다. 최 연구관은 “운영 비용도 만만찮다. 대형 인형이나 실물 모형 제작 업체가 예전보다 크게 줄어 요샌 부르는 게 값”이라며 “2주마다 전문 소독업체도 불러야 한다”고 했다.

요즘 두 연구관이 가진 고민 중 하나는 ‘연령대별 맞춤 전시’다. 나이대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어린이박물관 등은 어린이를 영아와 4∼8세, 9세 이상 등으로 나눠서 각 발달 단계에 맞는 전시를 설계한다. 최 연구관은 “한국 어린이박물관들도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예산이나 공간 등 현실적 장벽이 높다”며 “민속박물관이 2031년 세종시로 옮겨갈 예정인데, 유아 전용 전시장 개설을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민속을 소개하는 다문화 꾸러미.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필리핀의 민속을 소개하는 다문화 꾸러미.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어린이박물관 활동은 박물관 내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쉽지 않은 지방 학교나 돌봄기관에서 이용 가능한 ‘다문화 꾸러미’ 사업이 대표적. 각 나라의 전통 복식과 악기, 보드게임 등이 담긴 상자를 대여해주는데, 몽골과 필리핀 등 10개국 꾸러미가 개발됐다.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체험 어린이 수는 약 120만 명에 이른다. 이 연구관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민속 전문가 등이 수개월씩 힘을 합쳐 꾸러미 하나를 만든다”며 “내년부터는 국가를 넓힌 ‘세계문화상자’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국내에선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1918∼2013)는 “한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회의 영혼을 보여준다”고 했다. ‘박물관 엄마’를 자처하는 두 연구원도 “박물관이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토양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물관에선 ‘낙오자’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고령화 시대에 맞는 ‘어르신 박물관’도 고민해야 합니다. 영국, 일본에선 이미 경증 치매 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박물관들이 있어요. 우리도 서둘러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이 연구관)

#어린이박물관#민속박물관#전시교육#조선시대#핸즈온#마인즈온#소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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