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하지만 알아두면 분명 유익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고 최신 트렌드일 수도 있죠. 동아일보는 과학, 인문,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오∼ 이런 게 있었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이야기들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
금리가 하락하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5월까지 기준금리는 네 차례 인하돼 3.50%에서 2.50%로 내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활동의 매개체인 돈은 신뢰를 바탕으로 종이와 쇠에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화폐에 대해 살펴보자.
● 얼마나 남았는지 따라 교환 금액 결정
일부가 불에 타거나 찢어진 화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손상된 화폐는 한국은행 본부와 지역본부에서 교환할 수 있다. 교환금액을 판정하기 어렵지 않은 손상 화폐는 시중 은행에서도 교환할 수 있다.
단, 기준이 있다. 지폐의 남아 있는 넓이가 원래 넓이의 4분의 3 이상이어야 전액 바꿔 준다. 남은 면적이 원래 면적의 5분의 2이상∼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으로 교환해 준다. 지폐가 불에 타 일부가 재가 됐다면 이를 떨어내선 안 된다. 재가 된 부분도 지폐 면적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남은 부분이 원래의 5분의 2 미만이면 교환이 불가능하다.
훼손된 동전도 액면 금액으로 바꿔준다. 하지만 모양을 알아보기 힘들거나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운 동전은 교환해 주지 않는다.
현금을 받지 않는 버스, 가게 등이 늘어나면서 지폐나 동전 사용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집, 사업장 등에 지폐를 보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신 모 씨는 공장 화재로 불에 탄 지폐 8140만 원을 교환해 갔다. 경남 사는 김 모 씨는 습기로 손상된 지폐 106만7000원을 바꿔 갔다. 사찰의 ‘소원을 비는 연못’에서 수거한 손상된 동전 376만3000원을 교환한 경우도 있다.
화폐는 1962년 긴급통화조치 이후 발행된 것만 교환할 수 있다. 긴급통화조치 후 나온 화폐 중 발행은 하지 않지만 시중에서 유통이 가능한 발행중지화폐는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서 교환할 수 있다. 이 경우 액면가로 바꿔 준다. 이 중 50전권, 10전권, 1원화는 현재 동일한 액면의 화폐가 없기 때문에 10원 단위가 되는 경우에만 교환 가능하다.
긴급통화조치로 유통이 중단된 유통정지화폐는 교환할 수 없다. 김덕형 한국은행 발권기획팀 과장은 “유통정지화폐와 발행중지화폐 중에서 희소성을 지니며 인기 있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화폐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액면 금액 이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화폐를 갖고 있다면 화폐수집상에게 문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폐기 지폐, 1억7000만 원짜리 의자로
사용할 수 없는 화폐는 폐기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조3761억 원어치 화폐를 폐기했다. 지폐와 동전을 합쳐 4억7489만 장이다. 폐기된 지폐 중에서는 만원권과 천원권 비율이 높다. 장 수 기준으로 만원권은 전체의 52.8%, 천원권은 35.8%를 차지한다. 이어 오만원권(6.2%) 오천원권(5.2%) 순이었다. 동전은 10원화(36%)와 100원화(35.1%)가 많았다. 50원화(14.8%)와 500원화(14.1%)가 뒤를 이었다.
폐기된 화폐를 한 장씩 길게 이으면 총 길이 5만5906km로, 경부고속도로(415km)를 약 67회 왕복한 거리다. 한 장씩 쌓았을 때 총 높이 20만3701m는 에베레스트산(해발 8849m)의 23배, 서울 송파구 룻데월드타워(555m)의 367배에 달한다.
사용할 수 없게 된 지폐는 잘게 잘라 분쇄하고 동전은 녹여서 폐기한다. 지폐 폐기물은 건물 바닥재나 차량용 방진 패드의 원료 등으로 재활용한다. 녹인 동전은 금속원자재로 다시 사용한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에는 폐기한 지폐 부스러기를 담아 만든 의자들이 있다. 폐기 만원권 분쇄물로 꽉 찬 의자 한 개에 들어간 금액은 1억7000만 원가량이다. 무료인 화폐박물관을 방문하면 1억7000만 원 상당 의자에 앉아 볼 수 있다.
● 태극 무늬-우리나라 지도 활용해 위조 방지
화폐 위조 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지난해 신고된 위조지폐는 총 143장이다. 금액으로는 193만 원. 화폐 위조범들은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한 후 거스름돈을 받는 방식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지폐에는 위조 방지 장치가 여럿 있다. 오만원권은 신사임당 초상화가 그려진 면의 맨 왼쪽에 세로 띠형의 홀로그램이 있다. 지폐를 기울여 보면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 태극, 4괘 무늬가 번갈아 보인다. 바로 오른쪽 옆 여백에는 숨은 그림이 있어 빛에 비춰 보면 신사임당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엔 입체형 부분 노출 은선이 있다. 지폐를 기울이면 은선 안에 있는 태극 무늬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신사임당 초상화와 숫자 50000은 볼록 인쇄해 해당 부분을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신사임당 초상화 바로 오른쪽 옆에는 세로로 숨은 은선이 있어서 빛에 비추면 ‘한국은행’ ‘BANK OF KOREA’ ‘50000’을 볼 수 있다. 숨은 은선 아래 부분에 빛을 비추면 숫자 5가 보인다. 지폐 한가운데를 기준으로 위, 아래를 각각 가로로 접으면 서로 맞닿은 좌우 가장자리 부분에 동심원 무늬가 연결돼 보인다. 뒷면에 있는 숫자 50000은 특수 잉크를 사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위조지폐 발견 규모가 100만 장당 0.02장(2024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2023년 기준 멕시코는 34.6장이나 된다. 영국(25장)과 유로존(15.9장)도 많은 편이다. 호주(6.8장)와 캐나다(5.8장)도 우리나라보다 많다. 일본은 0.04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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