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설가와 시시콜콜 마드리드 여행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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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일기/최민석 지음/488쪽·2만2000원·해냄

“8년 전 구라파의 북쪽에서 거침없는 구라와 호구 짓을 남발하며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그가 이번에는 구라파 남쪽에 떴다.”(소설가 김호연)

2016년 ‘베를린 일기’와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픽션과 섞어 ‘기차와 생맥주’를 썼던 소설가 최민석이 이번엔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 2022년 교환 작가 프로그램에 선발돼 두 달여 동안 마드리드에 머물게 된 작가는 매일 일기를 썼다. 타국에서의 경험은 제때 쓰지 않으면 나중엔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책을 펼치면 마드리드에 도착한 날부터 마지막까지 매일 보고 겪은 시시콜콜한 일상이 사진과 함께 나타난다. 자전거 대여 상점 직원과 대화를 나누다 소설가라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고, 그다음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거절하다 ‘도난 방지를 위해 기록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머쓱해한다. 자전거에 호기롭게 ‘로시난테’라고 별명을 붙였다가 불편한 승차감에 ‘거북선’으로 바꾼다.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사랑받는 작가의 마드리드 일기는 현실에서 언어 장벽으로 미처 던지지 못한 재치 있는 말들을 저장해 놓았다 글로 한꺼번에 풀어 놓은 느낌이다. 좌충우돌의 순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방인의 눈으로 더 깊게 본 도시의 잔상들도 만날 수 있다. ‘시에스타’(낮잠)와 ‘피에스타’(축제)가 공존하는 뜨거운 도시의 풍경, 그 속에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레스토랑 직원, 서른 살의 나이 차에도 상관없이 친구가 된 독일인, 고향에 대한 향수를 함께 나누었던 교포 등 다른 듯 같은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어 학원에 다니며 ‘이걸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소설 집필을 못 해서 문학적 궤도에서 멀어질 뿐인데 왜 공부하려 하는가’라고 일기에서 스스로 묻던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돌이켜보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 건 언제나 금전적 보상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순수한 즐거움을 바라며 삶에 무용한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삶은 언젠가 보상을 준다.”

#마드리드#소설가#일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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