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키타는 특유의 웃는 듯한 얼굴 때문에 ‘바다의 판다’라고 불린다. 실은 몸길이 1.5m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고래다. 현재 세계에 약 10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 위기종’이기도 하다.
1990년대만 해도 약 500마리였던 바키타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데는 불법 포획이 큰 영향을 미쳤다. 멕시코 마피아들이 동아시아에서 한약재로 유통되는 ‘토토아바’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어망에 바키타도 함께 걸려들었다고 한다.
이 책은 희귀동물 멸종 등 인간의 탐욕으로 생긴 각종 생태 문제를 만화로 보여주는 그래픽 노블이다. 환경 및 사회 문제를 다루는 온라인 탐사 매체를 운영하는 프랑스 저널리스트 위고 클레망이 글을 썼다. 그림은 유망한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도미니크 메르무 등이 그렸다. 고래 학살을 즐기는 페로 제도, 플라스틱 쓰레기로 꽉 찬 인도네시아 레콕의 하천, 빙하가 녹고 있는 북극 스발바르제도…. 세계 환경 파괴의 현장을 거침없이 누빈 저널리스트의 경험이 다채롭고 섬세한 그림과 잘 어우러진다.
책은 주로 인간의 동물 학대 실태를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프랑스에선 인간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 도살당하는 동물이 하루 약 300만 마리에 이른다. 생존과 관계없이 재미를 위해 하는 사냥도 빈번하다. 사냥꾼들은 “사냥으로 생물 개체수를 조절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항변하지만, 저자는 직접 취재한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말을 토대로 이를 반박한다. 사냥으로 살상되는 조류의 대부분은 인간이 사육한 것이다. 멧돼지 역시 일부러 풀어주고 곡물 사료까지 공급하면서 사냥감으로 키운다.
저자는 “우월한 지능을 가진 인간이 다른 동물을 지배해도 된다”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맹점을 날카롭게 꿰뚫어 본다. 동물성 식품 소비, 일회용품 등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합리적인 대안도 제시한다. 귀여운 동물 그림 덕에 무거운 주제가 주는 긴장감은 다소 완화되지만, “생물 다양성이 없다면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는 간절한 호소가 마음에 무겁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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