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위저드 베이커리’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달팽이 식당’ ‘책들의 부엌’…. 최근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들은 모두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가 표지를 그렸다. 이들 책 표지부터 가수 폴킴의 앨범 삽화,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포스터 등 히트작들의 첫인상을 결정지은 표지를 그린 저자의 에세이다.
저자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겪는 고단함, 작업을 하며 느낀 업계의 문제점을 털어놓는다. 비슷한 길을 걷는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들을 향해 선배로서 조언도 건넨다. ‘그림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개인적 이야기와 생활인으로서 작가의 면면을 담았다.
저자도 다른 작가들처럼 ‘마감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생각에 마감을 앞두고 밤샘이나 새벽 작업을 해 왔다. 하지만 불규칙한 생활 패턴은 건강을 해쳤고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아침 달리기를 시작하고 오후와 저녁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시작한 뒤로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규칙적 생활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일러스트 업계에서 도는 ‘표준 단가표’에 대해선 “10년이 넘어도 낮은 대우는 변한 게 없다”며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아는 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변 작가들과 교류하며 적정한 작업 단가에 대해 숙지하고, 의뢰마다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해 대응할 것을 조언한다. 업계에서 자신의 실력을 객관화할 수 있는 눈도 기를 것을 당부한다. 작가로서 저작권법 전반에 대해 알 수 있는 책도 추천한다.
저자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인권 변호사를 꿈꿨다.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도 잠시 몸담았다. 그러다 더 어릴 적 꿈을 위해 그림을 독학으로 익혔다. ‘결혼식은 허례허식’이라는 남편과 뜻이 맞아 예식은 생략한 채 알콩달콩 사는 모습도 담았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여러 고민을 안고 있던 저자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특정 직업군이 아니어도 같은 시대를 사는 생활인이라면 여러 지점에서 공감하며 책장을 넘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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