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한 오픈AI CEO 올트먼과 ‘알파고’ 탄생시킨 딥마인드의 허사비스
인류 발전 위해 AI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빅테크 기업의 경영 도구로 전락하기도
◇패권/파미 올슨 지음·이수경 옮김/436쪽·2만5000원·문학동네
인공지능(AI) 기술의 혁신가인 오픈AI의 샘 올트먼(위쪽 사진)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패권’은 두 사람의 발자취를 좇으며 AI 기술의 진화 과정과 패권의 변화, 윤리적 딜레마 등을 다룬다. 레드먼드·마운틴뷰=AP 뉴시스
마른 체구와 차분한 성격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출근하는 30대 후반의 기업가와 체스 챔피언 경력이 있는 40대 후반의 게임광 기업가. 이들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며 우리 일상의 모습까지 바꾸고 있는 기술, 인공지능(AI)의 개발을 주도해 온 ‘두 거물’이다. 전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후자는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다.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AI 시대 패권의 행방과 AI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조망한 책이다. 블룸버그의 기술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실리콘밸리와 혁신 기술, AI와 소셜미디어 정책 분야에서 오래 활동하며 얻은 통찰과 13년간 진행한 자료 조사 및 업계 관계자와의 독점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분야의 격동적인 변화와 이면에 숨은 인간적 드라마를 생생하게 다뤘다.
책에 따르면 올트먼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리더십과 자기 확신이 강했다. 대학생 때 투자자와 창업가를 연결하는 서비스인 와이콤비네이터를 설립하며 실리콘밸리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고, 이후 AI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도구이자 유망한 신사업이라고 보고 개발에 뛰어들게 된다. 그는 AI를 통해 인류 모두에게 경제적 풍요를 주고 더 나은 삶을 살게 한다는, 실용적이고 공익적인 비전을 갖고 있었다.
허사비스는 게임 개발자이자 과학자로, 학자로서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AI 기술과 마주하게 된다. 다만 허사비스 역시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인류나 생명의 기원, 우주의 본질을 밝히고 질병을 치료하는 등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에 허사비스가 설립한 딥마인드는 ‘윤리적이고 과학 중심’인 조직을 표방했다. 딥마인드는 AI 기술을 상업적으로, 특히 군사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최초의 AI 스타트업이었다. 그러나 AI 기술이 점점 현실화할수록 자본과 자원, 즉 빅테크 기업의 도움이 필요했다. 딥마인드는 결국 2014년 구글에 인수됐고 공격적 개발 끝에 ‘알파고’를 탄생시켰다.
올트먼은 2015년 일론 머스크 등 유명 투자자와 함께 비영리조직 ‘오픈AI’를 설립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 역시 인류를 위한, 안전한 AI를 추구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자금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에 흡수해 AI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했고, 올트먼은 머스크와 작별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막대한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당장 세상에 내놓을 AI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탄생한 것이 챗GPT다.
책은 기업의 구조, 의사결정 과정, 투자자와 경영진의 갈등 등을 통해 AI 기술이 실리콘밸리의 기업 논리 아래 어떻게 빅테크 기업의 경영 도구로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허사비스와 올트먼은 모두 고귀한 이상을 품고 AI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결과적으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기업이 기술을 장악했고, 부(富)가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올트먼과 허사비스가 겪은 인간적인 고민을 조명하며 책은 독자에게 “기술 발전은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 “윤리와 상업, 이상과 실제 사이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AI를 둘러싼 윤리 문제, 데이터 편향, 안전성 논란은 물론 실업, 가짜 뉴스,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 변화 등 사회적 리스크를 조명하며 기술 발전 이면의 권력과 이해관계, 인간의 욕망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AI가 가져올 미래의 위험과 기회를 균형 있게 조명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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